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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임애신 기자]
명동·남대문·을지로 일대에 있는 사설환전소는 4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이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게 불법이었다. 하지만 2015년부터 규제가 풀리면서 내국인들도 사설환전소를 많이 찾고 있다.
직장인 한민혁(33) 씨는 "사설환전소가 불안한 면이 있지만 은행보다 환율이 유리하고 퇴근 후에도 갈 수 있어 종종 이용한다"며 "은행처럼 '살 때 가격'이 공시돼 있지 않으므로 여러 환전소를 돌아다니면서 가격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환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시중은행과 사설환전소에서 환전을 해 본 결과 사설환전소가 더 빨리, 더 많은 금액을 환전할 수 있었다.
두 은행 모두 북적이는 점심시간을 피해 오후 2시 20분에 방문했음에도 대기시간만 35분 넘게 걸렸다. 이후 신분증 제출, 거래내역 조회, 우대환율 설명, 권종 선택, 달러 전달의 과정을 거쳤다.
온라인 환전도 상황은 비슷하다. 김모씨(25)는 "모바일에서 미리 환전 절차를 완료한 상태라 은행에서 달러를 수령하기만 하면 됐는데 대기 인원이 많아서 기다려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설환전소는 이보다 절차가 간소하고 시간도 적게 걸린다. 이날 명동에 위치한 사설환전소 네 곳에서 환전을 시도한 결과 평균 5분이 채 안 걸렸다.
사설환전소는 바쁜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다. 시간 제약이 덜하기 때문이다. 은행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영업시간 내에 환전이 가능하지만 사설환전소는 밤 늦게까지 열어 퇴근 후에도 환전을 할 수 있다.
은행보다 환율도 유리하다. 이날 기준으로 우리나라 돈을 미국 달러로 바꿀 경우 사설환전소에선 평균 1달러당 1070.5원이었다. 평소에 아예 거래를 하지 않는 은행에서는 1달러당 1088.7원이다. 사설환전소와 18.2원 차이다.
예를 들어 500만원을 환전한다고 하면 사설환전소에서 4670달러를, 은행에선 4592달러를 받을 수 있다. 사설환전소에서 78달러를 더 주는 셈이다.
평소 이용하는 주거래은행에서는 좀 더 저렴하게 환전을 할 수 있다. 각 은행마다 환율 기준이 다르고 환전 방법에 따라 우대율이 다르지만 최대 90%까지 가능하다. 실제 주거래은행에서의 적용환율은 1072.5원으로 사설환전소와 큰 차이가 없었다.
만약 인근에 주거래은행 지점이 없다면 사설환전소 환율이 더 유리하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해당 은행에서 얼마나 거래를 많이 했는지 여부에 따라 환율 우대를 해주는 반면 사설환전소는 이 같은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사설환전소는 환전 금액과 흥정력에 따라 금액에 차이가 발생한다. 또 가짜지폐 등 환전으로 피해를 입어도 구제받을 확률이 낮아 주의가 필요하다.
시중은행에서도 지난해부터 늘어난 환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환전 배달서비스부터 모바일 환전 우대, 무인 환전기 운영 등이 대표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환전이 대면에서 비대면 채널로 조금씩 옮겨가고 있다"며 "고객들이 좀 더 편하고 안전하게 환전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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