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3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남북대화가 시작된 만큼 야당의 건전한 조언과 대화는 바람직하나 정상회담을 부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1시간 20분 동안 청와대에서 진행된 홍 대표와의 첫 단독회담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배석한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이 전했다.
이에 홍 대표는 "대화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국가 운명 좌우할 기회인 만큼 과거 잘못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 수석은 "문 대통령과 홍 대표는 4·27 남북정상회담 앞두고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며 "오늘 대화는 남북정상회담 등 외교·안보 현안에 집중했으며 홍 대표가 제기한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해 문 대통령은 주로 경청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홍 대표의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사퇴 요구에도 경청만 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은 홍 대표의 김 원장 사퇴 요구에 답변 없이 듣기만 했다"며 "문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일절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먼저 홍 대표는 이 자리에서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북핵 폐기 회담이 돼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그 폐기는 단계적 폐기가 아닌 일괄 폐기가 돼야 한다"며 "6개월에서 1년 사이의 리비아식 폐기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 대표는 "완전한 북핵 폐기가 되기 전에는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것을 절대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홍 대표는 "(회동에서 나는) '문 대통령은 지금 미국까지 끌어들여 위험한 도박을 하고 계신다. 그게 우리 당의 의견이다'라고 말했다"고 대화의 일부분을 밝히기도 했다.
또 홍 대표는 "한미동맹을 이완시키는 최근 이 정권의 조치에 대해서는 참으로 걱정스럽다"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조치 취해주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개헌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는 비민주적이고 독재정권 시대에나 하던 것이므로 철회를 해달라"고 요청했으며, "최근 문제가 되는 김기식 (금감원장) 임명을 철회해달라(라고 문 대통령에게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MB(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감옥에) 들어갔으니 정치보복은 그만하고 우리 당 의원을 이제는 잡아가지 말라"며 '정치보복 수사 중단'을 문 대통령에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지방선거에서 대통령은 철저히 중립을 지켜라"라며 "과거 노무현 대통령 시절 탄핵 사유가 된 적이 있으니, 지방 출장을 좀 자제하고 지방선거에 개입 안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경제 파탄의 가장 큰 책임이 있고, 또 청년실업의 책임이 있는 좌파 경제학자 홍장표 경제수석을 해임하라"고 문 대통령에게 요청했다고 전했다.
또 홍 대표는 "(문 대통령이) 저희 당에 추경을 요구하길래 '추경은 김성태 원내대표 사안이므로 내가 왈가왈부할 수 없다. 김 원내대표와 한 번 의논해 보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대화 내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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