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도항(팽목항) 난간에 묶여있는 세월호 리본과 기억의 벽.[아주경제]
잿빛 하늘 아래 진도항(팽목항)이 있었다. 방파제를 따라 조성된 기억의 벽 난간에 노란 리본이 걸려 있다. 빗물을 머금은 탓인지, 바닷바람이 세찬데도 축 늘어진 모습이다.
방파제 끝 등대로부터 조금씩 가까워지는 김형호(69) 씨가 눈에 띄었다. 그는 우비를 입은 채 카메라를 들고 곳곳을 누볐다.
렌즈가 향한 곳에 초등학생쯤 돼 보이는 아이들이 뛰놀고 있었다. “진도 사람의 시선으로 진도를 담고 있습니다. 사진을 연재하고 있는데, 이번 콘셉트는 ‘팽목’이에요.”
궂은 날씨와 이른 시간 때문인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4주기까지 오는 동안 사람들의 기억 속에 그날, 그 바다가 흐려진 탓인 듯했다.
사진가의 작업에도 애로가 있을 듯했다. 그에게 사람의 관심이 높을 때 연재를 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물었다.
“아이들과 부모님들은 (참사 때보다) 더 곪아 있을 거예요. 우리가 그분들 곁에서 중심을 잡고 있어 줘야 합니다. 추모 목적도 괜찮고, 나들이 겸 들러도 좋겠죠. 그래도 여기 왔다는 게 큰 의미가 될 수 있어요.”
양해를 구하고 그의 사진을 보았다. 사진 속 아이들은 함께 뛰놀면서 웃고 즐거워 했다. 진도항에 닿았을 때만 해도 엄숙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조심스러웠던 마음이 녹았다.
“되도록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을 담으려고 해요. 아이들을 주로 찍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환하게 웃고 있잖아요. 기억하면서도.”
사진가는 팽목을 스산하고 죽음의 기운이 어린 곳으로만 남겨두지 않았다. 그의 시선으로 인해 한 번 추모하고 떠나는 곳이 아니라, 이따금 찾는 산책로처럼 편하게 찾을 수 있을 듯했다.
재작년 준공된 백동 무궁화동산 세월호 기억의 숲(이하 기억의 숲)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진도항에서 차량으로 8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젖은 풀이 돋아 있는 돌길을 따라, 완만한 둔덕에 올랐다. 300그루에 달하는 은행나무가 길을 에워싸고 있었다.
조금 더 걷다 보니 ‘추모의 나무’가 보였다. 가지에 달린 노란 리본이 세월호 참사를 상기시켰다.
바람에 나부끼는 리본 아래 아이들의 얼굴이 그려진 명판도 세워져 있었다. 칼바람과 추위만 아니었다면 걷고, 걷고, 또 걸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방파제 끝 등대로부터 조금씩 가까워지는 김형호(69) 씨가 눈에 띄었다. 그는 우비를 입은 채 카메라를 들고 곳곳을 누볐다.
렌즈가 향한 곳에 초등학생쯤 돼 보이는 아이들이 뛰놀고 있었다. “진도 사람의 시선으로 진도를 담고 있습니다. 사진을 연재하고 있는데, 이번 콘셉트는 ‘팽목’이에요.”
궂은 날씨와 이른 시간 때문인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4주기까지 오는 동안 사람들의 기억 속에 그날, 그 바다가 흐려진 탓인 듯했다.
“아이들과 부모님들은 (참사 때보다) 더 곪아 있을 거예요. 우리가 그분들 곁에서 중심을 잡고 있어 줘야 합니다. 추모 목적도 괜찮고, 나들이 겸 들러도 좋겠죠. 그래도 여기 왔다는 게 큰 의미가 될 수 있어요.”
양해를 구하고 그의 사진을 보았다. 사진 속 아이들은 함께 뛰놀면서 웃고 즐거워 했다. 진도항에 닿았을 때만 해도 엄숙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조심스러웠던 마음이 녹았다.
“되도록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을 담으려고 해요. 아이들을 주로 찍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환하게 웃고 있잖아요. 기억하면서도.”

세월호 팽목 분향소 내부.[아주경제]
사진가는 팽목을 스산하고 죽음의 기운이 어린 곳으로만 남겨두지 않았다. 그의 시선으로 인해 한 번 추모하고 떠나는 곳이 아니라, 이따금 찾는 산책로처럼 편하게 찾을 수 있을 듯했다.
재작년 준공된 백동 무궁화동산 세월호 기억의 숲(이하 기억의 숲)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진도항에서 차량으로 8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젖은 풀이 돋아 있는 돌길을 따라, 완만한 둔덕에 올랐다. 300그루에 달하는 은행나무가 길을 에워싸고 있었다.
조금 더 걷다 보니 ‘추모의 나무’가 보였다. 가지에 달린 노란 리본이 세월호 참사를 상기시켰다.
바람에 나부끼는 리본 아래 아이들의 얼굴이 그려진 명판도 세워져 있었다. 칼바람과 추위만 아니었다면 걷고, 걷고, 또 걸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