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17일 주식시장 장 마감 직후, 유통업계와 미디어업계를 동시에 놀라게 한 ‘빅 뉴스’가 터졌다. CJ오쇼핑과 CJ E&M이 전격 ‘합병’을 선언한 것이다.
합병 비율은 CJ오쇼핑 한 주당 CJ E&M 0.41주로, CJ오쇼핑이 CJ E&M의 기존 영업 부서를 그대로 승계하는 등 흡수합병 방식을 취했다. 양사가 합병을 해도 최대 주주인 CJ 지주사의 지분율은 39.5%로 큰 변동이 없어 CJ그룹의 지배력은 공고할 전망이다. CJ오쇼핑과 CJ E&M은 오는 6월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7월 1일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다. 통합 법인의 새 명칭은 제3의 이름으로 정할 예정이다.
CJ오쇼핑은 이번 합병의 의미에 대해 “국내 최초 융복합 미디어 커머스 기업의 탄생”이라고 강조한다. 급변하는 글로벌 미디어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미디어와 커머스가 융복합하는 새로운 시장의 선점을 위한 선제적인 조치라는 것이다.
실제 미국에선 디즈니가 폭스를 인수하고 AT&T가 타임워너 인수를 추진하는 등 30여년간 지속된 미디어산업 합종연횡이 숨가쁘다. 중국 알리바바가 미국 스필버그의 영화사 ‘앰블린 파트너스’의 지분을 인수하고, 아마존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다.
CJ오쇼핑 관계자는 “글로벌시장에서 미디어와 커머스의 결합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CJ오쇼핑과 CJ E&M의 사업역량을 집약해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융복합 미디어 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 확대로 양사 新성장 동력 마련
CJ오쇼핑은 국내 주요 홈쇼핑 채널 중 매출액 규모에서 업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CJ E&M은 ‘스튜디오 드래곤’, ‘JS픽쳐스’를 통해 드라마 제작 역량을 확보했고 매출처도 다변화시키고 있다. 또 tvN 위주의 편성을 유지하며 종합방송 플랫폼으로서 경쟁력이 커지고 있다.
업계는 이번 합병을 통해 양사 모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글로벌 부문에서 성장세가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CJ오쇼핑은 현재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서 현지 주요 미디어 기업과 합작 관계를 맺고 있다. CJ E&M은 베트남, 태국, 터키 등에 사업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상대 회사가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콘텐츠 저작권(IP)을 활용한 커머스를 선보이거나 콘텐츠 합작사업이 용이하다는 뜻이다.
CJ오쇼핑은 그동안 홈쇼핑업계 전반의 저성장 국면에서 탈피, 미디어 커머스 사업을 확대해 새로운 판로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 CJ E&M 또한 사업 다각화를 꾀할 수 있고, 콘텐츠 기업의 취약점으로 꼽히던 실적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여겨진다.
최민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합병으로 CJ오쇼핑은 커머스 영역에 콘텐츠 역량을 더해 성장성을 높일 수 있고, CJ E&M은 커머스 역량이 더해져 고객 기반과 상품기획 능력, 유통망을 활용한 콘텐츠 유통 확대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CJ오쇼핑 상품기획력, E&M 콘텐츠 더해지니 매출 ‘대박’
CJ오쇼핑은 자사의 상품 기획력과 CJ E&M의 콘텐츠 역량이 더해지면 기존 사업도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CJ오쇼핑은 지난해부터 차별화된 콘텐츠를 통한 소비층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온라인 콘텐츠 제작사들과 손잡고 웹드라마와 예능 형식의 미디어 커머스 콘텐츠를 업계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
정체에 빠진 홈쇼핑사업의 돌파구를 TV 밖의 차별화된 콘텐츠에서 찾으려는 시도다. CJ E&M 역시 콘텐츠 IP를 활용한 수익 모델 다각화를 추진해오고 있다.
합병 선언 이후 양사는 재빨리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협업)에 돌입했다. 대표적인 시도가 지난 3월 27일 선보인 ‘코빅마켓’이다. CJ E&M이 운영하는 tvN의 개그 프로그램 ‘코미디 빅리그(코빅)’와 협업해 상품 판매 방송을 했다.
유명 연예인이 나와 상품을 파는 기존의 쇼퍼테인먼트 방송과 달리 이 프로그램은 CJ E&M의 방송 프로그램 포맷(콘텐츠 IP)을 가져와 판매 방송을 기획했다. 코빅은 tvN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매주 1라운드씩 개그맨들이 개그로 경쟁을 벌이고 방청객이 코너별로 점수를 매겨 최종 우승팀을 정한다.
박나래, 장도연, 황제성, 김영희, 김기욱, 고장환 등 13명의 코빅 출연진이 등장해 ‘LG 코드제로 A9’, ‘필립스 면도기’, ‘매그넘 아이스크림’ 등 상품을 판매하고 매진 경쟁을 벌였다. 실제 코빅 방송처럼 실시간 인기투표도 진행, CJ몰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가장 기대되는 코너에 투표한 고객에게 할인쿠폰도 제공했다. 방송이 끝난 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우승 팀 출연진이 상금 1000만원을 받아 소외이웃에 기부하는 사회공헌도 병행했다.
양사의 시너지가 결합된 이번 방송 결과는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2시간 15분 방송 동안 총 주문금액이 10억원 이상에 달했고, 방송 시청률도 평소 화요일 동 시간대 방송 대비 4배 이상 높았다. 개그 프로그램과 홈쇼핑의 신선한 결합으로 고객들의 높은 관심을 받은 결과다.
특히 차별화된 방송을 통해 고객의 시청 체류 시간을 늘리고 젊은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예상 밖의 효과를 냈다. 그동안 4050세대에 비해 TV홈쇼핑에 소극적이던 2030세대 젊은 고객의 주문 비중이 대폭 늘었다. ‘필립스 면도기’의 경우, 20대 주문 비중은 동일 상품이 최근 3회 방송에서 기록한 20대 주문 비중 평균보다 2배가량 높았다.
지난해 11월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가 홈쇼핑에 첫 출연해 선보인 ‘슈퍼마켓’ 방송도 화제였다. 이들이 당시 판매한 셀렙샵의 ‘씨이앤(Ce&) 롱다운점퍼’는 방송 50분 만에 매진돼 ‘완판돌’이란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총 21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시청률은 평소 같은 시간대보다 6배가량 높았다. 이런 흥행에 힘입어 지난 12일 슈퍼주니어는 슈퍼마켓 시즌2에 출연해 동지현·이민웅 쇼호스트와 ‘에이바자르’ 마스크팩을 판매했다.이날 준비된 9억원 규모의 7000여개 마스크팩 세트는 모두 매진됐다.
이보다 앞서 2015년 12월 가수 루시드폴이 출연한 ‘귤이 빛나는 밤’ 특별 기획프로그램에는 유희열 등 소속사 연예인 전원이 출연해 홈쇼핑 최초로 뮤지션과 홈쇼핑의 이색적인 만남을 선보인 바 있다. 당시 앨범과 귤을 묶은 패키지 상품은 방송 시작 9분 만에 매진됐다.
◆CJ오쇼핑 판매 상품, CJ E&M 방송 속 노출··· 새로운 고객 경험 창출
CJ오쇼핑은 자체 브랜드(PB) 마케팅에도 CJ E&M과 협업하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에 소품으로 선보인 제품을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CJ오쇼핑의 테이블웨어 PB인 ‘오덴세’는 tvN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에서 수시로 노출되면서 지난달 매출만 13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매출 대비 44% 늘어난 규모다.
윤식당에서 호떡을 올려 장식한 육각형 접시인 오덴세 ‘얀테 육각접시’는 방송 전 대비 판매량이 70% 늘었다. 김치전과 갈비 등 메인 요리를 담은 오덴세 ‘아틀리에 노드’ 그릇은 3월 판매 방송에서 7억원어치가 팔렸다.
CJ오쇼핑은 앞으로 방송에 단순히 상품을 노출하는 것 이상의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tvN 방송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아예 양사가 함께 PB 상품과 콘텐츠를 결합시킨 새로운 방송을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CJ E&M도 자사의 1인 창작자 지원 사업 ‘다이아 티비(DIA TV)’와 협업해 1인 방송 콘텐츠에 CJ오쇼핑 상품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다이아TV 소속 1인 방송 제작자들이 CJ오쇼핑의 뷰티 브랜드 ‘셉(SEP)’을 활용해 영상을 제작한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앞서 아이돌 그룹, 뮤지션과의 협업 등 TV홈쇼핑 업계에서 쇼퍼테인먼트를 선도해 왔다”면서 “앞으로도 CJ E&M의 콘텐츠 역량과의 결합을 통해 앞으로도 다양한 미디어커머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사는 기존 사업 시너지뿐 아니라 융복합 신사업 육성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CJ E&M이 보유한 TV·모바일·SNS 등의 이용자 행태 분석데이터와 CJ오쇼핑이 보유한 커머스 빅 데이터(Commerce Big Data), 트렌드 데이터(Trend Data)를 결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개인별 맞춤형 콘텐츠와 브랜드 상품을 VR, AR, 보이스 UX(Voice UX)를 통해 큐레이션해 새로운 고객 경험과 접점을 만들어낼 계획이다.
CJ오쇼핑과 CJ E&M 양사는 합병회사의 올해 매출 목표를 4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3500억원을 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신규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2021년까지 전체 매출을 연평균 15.1%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다.
CJ E&M 관계자는 “이번 합병을 통해 글로벌 선도 기업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면서 “라이프스타일과 콘텐츠, 디지털플랫폼을 결합해 최고의 경험과 즐거움을 주는 글로벌 융복합 미디어-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비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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