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여신금융감독국은 지난 3일 CPC(Central Point of Contact: 금감원‧금융사 간 전산 자료 제출 시스템)를 통해 8개 전업계 카드사에 마케팅 비용 내역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카드사들이 가맹점과 고객에게 제공한 무이자할부‧포인트‧청구 할인 등 마케팅과 관련된 모든 투입 비용을 상세히 보고하라는 의미다.
금감원은 각 카드별로 전국 290만개 가맹점에 제공하는 비용을 정리해서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각 가맹점 단위로 투입되는 비용 산정이 사실상 쉽지 않아 카드사들은 아직까지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 상황이다.
자료 제출 기한인 지난 11일 카드사 담당자들은 금감원을 찾아 일부 자료를 제출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나머지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금감원이 마케팅 비용 전수조사를 통해 가맹점 수수료율 추가 인하를 위한 명분 찾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예고 없이 가맹점수수료 추가 인하가 이뤄져 카드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8개 전업계 카드사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에 참석해 "과도한 마케팅을 지양하고 결제 과정을 효율화하는 등 고비용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최근 금융당국은 여신금융협회‧카드사‧삼일회계법인과 함께 3년에 한번씩 가맹점 수수료 원가(적격 비용)를 재산정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는 오는 9월 중간보고를 하고 11월경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 이후 내년 1월부터 새로운 가맹점수수료율이 적용된다.
카드업계는 조달 금리 인상으로 원가가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가맹점수수료율을 재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로서는 서민금융 활성화 정책을 위해 추가 인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때문에 최종구 위원장이 지난해 카드사 CEO들에게 주문했던 것처럼, 이번 조치는 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을 면밀히 파악해 추가 인하 여력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2012년 2.27%였던 평균 가맹점 수수료율이 지난해 1.88%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3년간의 수수료율을 확정짓는 이번 TF에서 정부가 추가 인하를 발표하면 카드사들의 경영 여건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업권의 전체적인 영업 현황과 카드사들의 애로 사항 등을 파악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 내역 등을 살펴보는 일상적인 조사 중 하나"라며 "가맹점 수수료의 적격 비용 산정은 금융위가 외부용역 결과를 보고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조사는 가맹점 수수료 건과 전혀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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