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세아그룹 문화재단이 고(故) 이운형 회장을 기리기 위해 매년 개최하는오페라 자선음악회가 열렸다.
수많은 인파 속에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다. 깔끔한 정장차림의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이었다. 이날 우 부회장은 철강업계 최고경영자(CEO)로는 유일하게 참석했다.
우 부회장은 공연 시작 전 약 20분간 출입문 앞 로비에 줄곧 서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마다 그에게 인사를 건넸고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
우 부회장은 평소 문화예술 분야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해도 업계에선 경쟁사의 행사에 참석한 건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각에선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한 행보라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모처럼 주요 철강업체 및 협력사, 관련 업체 종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이들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다.
우 부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으로부터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다. 정 회장이 사석에선 우 부회장의 이름을 빗대 '밀크 스틸(Milk Steel)'이라는 애칭을 사용할 정도라고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는 그의 탁월한 경영능력 덕분이기도 하다. 우 부회장은 현대제철 제철사업 총괄사장 등을 맡아 정 회장의 숙원 사업이었던 일관제철소 건설을 진두지휘했다.
또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실적이 급감한 가운데서도 현대제철은 1조3676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5.4% 소폭 감소하며 선방한 것이다.
우 부회장은 철강업계 내에서는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그는 2010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고 4년 뒤인 2014년 10월부터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고 있다. 현대제철 기술개발본부장 전무·기술연구소장·구매담당 부사장·당진제철소장 등을 역임하면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우 부회장의 적극적인 대외행보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들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 현대제철은 세아그룹 계열사인 세아베스틸 및 포스코가 각각 시장 주도적 위치에 있던 자동차용 특수강과 선재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바 있다.
세아베스틸은 2016년 자동차용 특수강 매출의 70~80%를 현대·기아차에서 올렸다. 포스코도 한 해 30만~35만t의 선재를 현대제철이 인수한 현대종합특수강에 납품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대제철의 제품 대부분은 세아제강, 포스코 등 동종업계 제품과 경쟁관계에 있다"면서 "우 부회장이 오랜 기간 적극적인 대외활동을 통해 이들 업체와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다른 한편으론 견조한 실적을 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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