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 보감위는 금융감독원이 동양생명에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 관련 중징계 내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사전 통보된 중징계가 확정된다면 동양생명이 받게 될 영향과 중국인 임원에 대한 조치 등에 특히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보감위는 동양생명의 최대주주인 중국 안방보험을 직접 관리·감독하고 있다. 지난 2월 우샤오후이(吳小暉) 전 안방보험 회장을 경제범죄 혐의로 기소하면서 안방보험을 1년 동안 한시적으로 관리키로 했다. 때문에 보감위가 안방보험 계열사인 동양생명의 경영 전반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국내 금융당국이 중징계를 확정할 경우 중국계 금융사이자 보감위가 관리하고 있는 동양생명이 상당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제재 내용은 기업대출 부문 일부정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영업정지는 '영업정지 및 인허가 취소' 다음으로 수위가 높은 중징계로, 3년 동안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동양생명의 신성장 동력 발굴을 크게 제한할 수 있는 조치다.
임직원 제재 대상으로 중국인 임원인 짱커 부사장과 왕린하이 이사가 포함됐다. 짱커 부사장은 2015년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을 인수한 이후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맡아왔다. 왕린하이 이사는 2016년 중순부터 동양생명에서 육류담보대출 관련 실무를 맡았던 융자팀장으로 일했으며 지난해 8월 재무기획·융자담당 이사로 승진했다.
두 중국인 임원들은 현재 금융사 임원으로서 취업 비자를 받아 국내에 거주하고 있다. 금융사 임원직을 상실하게 되면 국내에 장기간 머물지 못하고 중국으로 돌아가야 할 처지가 된다.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 임원을 쫓아낸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동양생명 중징계가 한중간 금융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감위 등 중국 금융당국이 동양생명 중징계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국내 금융사의 중국 진출에 제동을 걸거나, 이미 진출해 있는 회사에 대한 검사가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얼마 전 사드 보복 사례를 감안하면 쉽게 넘길만한 상황은 아닌 것이다. 은행, 보험 등 업권을 불문하고 국내 유수 금융사 대부분이 중국에 이미 진출한 상황이라 피해가 커질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국 보감위에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문제"라며 "좋게 보더라도 보감위한테는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기는 격"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단순히 금융사를 징계하는 차원에서 문제가 끝나지 않고 금융 외교 문제로까지 부각될 수 있다"며 "상대방이 중국이라서 특히 조심해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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