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개봉한 영회 ‘나를 기억해’는 과거 성폭행 피해자였던 서린(이유영 분)이 의문의 연쇄 범죄에 휘말리고 전직 형사 국철(김희원 분)과 함께 사건의 실체와 정체불명의 범인인 ‘마스터’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다.
이번 작품에서 배우 이유영(29)은 사건의 중심에 선 교사 서린 역을 맡았다. 성범죄의 피해자로 과거의 자신을 지운 채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다. 서린은 성범죄의 피해자들이 자신을 부정하고 지우지 않기를 응원하는 캐릭터기도 하다. 아주경제는 서린과 함께 두려움과 용기를 경험했을 이유영과 작품 및 캐릭터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다음은 이유영과의 일문일답이다
영화 선택 이유가 궁금하다
소재적 측면에 있어서 걱정이 들었을 것 같은데
- 소재적인 면에서의 걱정보다는 잘 해내고 싶다,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다. 우리 영화가 성범죄만을 다루고 있는 건 아니니까.
심리적인 면에서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다
- 극 중 서린이 겪는 상황이나 고민이 어둡고 무겁지 않나.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다. 최대한 인물의 상태를 표현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촬영장에서 다운이 되기도 하고 마음이 좋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후유증이 남지는 않는 것 같다.
아무래도 성범죄 피해자 역할이다 보니 표현에 있어서 신중해야 할 것 같은데
- 성범죄를 당한 여성들이 자신의 심정을 써놓은 책을 한 권 읽었다. 트라우마는 잊히지 않겠더라.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떤 마음인지 참고했다. 그리고 청소년범죄와 관련한 기사들을 많이 찾아봤다. 어린 가해자가 왜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지 과정을 이야기하는데 그 아이의 마음이 이해가 가더라. 성숙하기 전에 너무 자극적인 것들을 접하고 사건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런 기사들을 통해 청소년 범죄 가해자들의 상태나 심리들도 접하려고 했다.
청소년범죄의 심각성이 여과 없이 담긴다. 소년법 폐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올 수 있겠더라
- 더 나아질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무조건 처벌만이 답이 아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용서하자는 것도 아니다.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잘못을 저지른 이는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한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마주한 서린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 씩씩하게 잘 살 것 같다. 남자 보는 눈도 생겼을 거고! 하하하. 학생에 대한 책임감도 더욱 커졌을 것 같다. 학생들에 대한 더 바른 교육을 하려고 할 거다.
학생에 대한 배신감에 사로잡히지는 않을까? 서린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용기를 낼 수 있게 만든 학생이 배신을 저지르지 않나
- 너무 못됐다. 하지만 아직 어리지 않나. 서린도 그 학생을 보고 그 순간만큼은 충격이었겠지만 무너질 만큼 배신감을 느끼기보다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거다. 자신의 손으로 잡을 수 있겠다.
편집된 장면들이 꽤 있다고 들었다
- 서린이 행복함을 느끼는 장면들이 편집됐다. 약혼자와 결혼계획을 세우거나, 사건을 이겨낸 서린이 엄마와 데이트를 하는 장면 등등. 서린만 생각한다면 아쉬운 편집이지만 영화의 템포나 긴장감을 생각한다면 감독님의 생각이 맞는 것 같다.
‘남자 보는 눈이 더 좋아졌을 것’이라는 말에 약혼자의 무심한 대사가 생각났다. 서린이 성범죄 피해자라는 걸 모르는 약혼자가 성폭행 피해자들에 막말을 퍼붓는 장면인데
- 그 말이 너무 화가 나더라. ‘여자도 잘못이 있지’라는 말에 화가 났고 너무 잔인하다고 여겼다. 피해자가 들어도 발끈할 이야기지 않나. 그 부분에서 가장 큰 상처를 받았고 정이 떨어졌을 것 같다. 서린은 자신을 보며 ‘내가 잘못한 걸까?’ 그런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서린을 통해 성범죄 피해자들에 대해 깊은 생각을 했을 것 같다
- 그들이 숨을 필요가 없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서린을 연기하며 숨고자 하는 마음도 이해가 가더라. 나서야 한다고 그들이 나섰으면 좋겠다고 쉬이 말할 수 없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미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피해자들이 트라우마를 마주하고 나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더라
- 미투 운동과 관련해 여러 가지 사건들이 나오고 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당사자들만이 알겠지만, 각자의 양심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짜 피해자들을 위해서. 그래야만 미투 운동이 좋은 방향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다.
이번 작품으로 이유영에게 영향이 미친 점이 있다면?
-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그리고 이런 문제가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알게 됐다. 성범죄보다도 사이버 범죄, 아동학대 등의 문제를 많이 알게 됐고 청소년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
지난 캐릭터들이 무겁고 아픈 상황이 많았는데, 밝은 모습의 이유영은 언제 볼 수 있나?
- MBC 단막극 ‘미치겠다, 너 땜에!’에서는 엄청나게 밝은 모습을 보실 수 있다. 하하하. 제게 좋은 영향을 끼쳤고 마음도 밝아진 것 같다. 즐겁고 재밌었다.
일상적인 캐릭터부터 상처 많은 캐릭터, 강한 캐릭터 등 많은 역할을 소화했다. 앞으로 표현하고 싶은 인물이 있다면
- 액션을 해조고 싶다. 하지원, 김옥빈 선배님처럼 몸 쓰는 액션을 해보고 싶다. 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올해는 어떻게 보내고 싶나?
- 영화 한 편, 드라마 한 편을 하고 싶다. 일만 하면서 바쁘게 보내고 싶다. 그렇다면 1년이 지나가 있지 않을까? 바쁘게 일하다 보면 1년이 지나가 있을 것 같다. 일이 잘 된다면 휴식을 가져볼까 싶기도 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