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조사의 스마트폰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5월부터 국내외 스마트폰 가격 비교 공시에 나서면서, 가격 인하 유도 두 번째 방안인 ‘단말기 지원금 분리공시제(이하 분리공시제)’ 도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이를 상반기 내에 도입한다는 계획이지만 법안 심사를 해야 할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고, 오는 6월은 지방선거까지 겹쳐 일정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방통위는 올해 상반기 내에 분리공시제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분리공시제는 소비자가 휴대폰 구매 시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을 이동통신사와 제조사가 각각 어느 정도 부담하고 있는지 구분해서 공개하는 제도다. 현재는 지원금 액수만 공개될 뿐, 이들의 지원금을 분담 규모를 알 수 없다.
분리공시제는 지난 2014년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도입 논의 당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등이 영업비밀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도입이 무산됐다.
이후 지난해 5월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추진하면서 분리공시제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제조사의 지원금 제공 수준을 파악하면 그만큼 스마트폰 출고가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있다.
방통위는 제조사에 스마트폰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음 달 2일부터 미국 등 주요 국가와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가격을 비교 공시한다. 분리공시제는 스마트폰 가격 인하를 위한 두 번째 대책인 셈이다.
현재 국회에 분리공시제를 담은 법안 6개가 계류 중이다. 방통위는 별도의 정부 입법 없이 국회에 제출된 법안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방통위는 국회에 상정만 된다면 분리공시제 법안이 통과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등이 이견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김재영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국회가 정상화되면 분리공시제 법안이 최우선으로 상정, 논의되도록 의원들을 설득할 것”이라며 “최근 한 이동통신사가 (분리공시제 도입에) 반대 의견을 내보이기도 했으나 큰 이견은 아니라서 문제없이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4월 임시국회는 3주째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드루킹의 인터넷 댓글 조작 사건 등을 중심으로 여야가 극명히 대치하고 있다. 드루킹 사태가 터지기 전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 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법안소위) 의원 구성 갈등도 해결되지 않았다.
국회 한 관계자는 “4월 국회가 파행을 겪으면서 과방위 법안소위 의원 구성 문제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6월에 지방선거가 있어 5월은 국회 상임위원회가 사실상 열리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방통위의 분리공시제 도입 일정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 판매장려금 규제 여부도 변수...방통위 “판매장려금 규제 어려워”
이동통신 3사 입장에서 분리공시제 도입은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공세 속에서 금전적인 손해가 없는 유일한 대책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단통법 도입 당시 분리공시제를 강하게 반대했으나 LG전자가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다.
LG전자의 태세 전환은 삼성전자와 마케팅 비용 규모 면에서 동등한 위치로 경쟁하기 힘들다는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분리공시제 도입의 또 다른 변수는 휴대폰 대리점‧판매점 등에 제공되는 판매장려금 규제 여부다. 이동통신 3사와 LG전자는 지원금만 분리공시할 것이 아니라 불법적인 판매장려금도 적극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와 같이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사업자가 공개 대상이 아닌 판매장려금을 중심으로 유통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판매장려금의 경우 이해관계자별로 견해가 달라 지원금처럼 명시적인 규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페이백 등의 불법지원금 등이 적발될 시 효과적으로 처벌하는 방안을 찾는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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