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에 오이양파무침, 김자반, 배추김치.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22일 아침 식단입니다. 고기 한 점 찾기 힘든 이 식단의 단가는 1500원 가량입니다. 롯데 잠실 월드타워 구내식당 가격 5500원보다 3분의 1 가량 저렴합니다.
롯데그룹 내에서조차 ‘회장님’이 실제 구치소 단체급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리라곤 예상치 못하고 있었습니다. 임직원들은 막연히 ‘사식이 잘 들어가고 있겠지’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대기업 회장 뿐만 아니라 누가 들어와도 똑같은 밥을 먹습니다.”
구치소 관계자의 말입니다. 놀랍게도 사식은 20년 전에 없어진 제도라고 합니다.
신 회장은 면세점 특허권 취득과 관련한 뇌물공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지난 2월13일 구속됐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 2월5일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서울구치소를 나서기 전까지 신 회장과 똑같은 단체급식을 먹었습니다.
구치소 식단은 ‘수용자 부식물 차림표’란 이름으로 교정본부 홈페이지 정보공개를 통해 열람할 수 있습니다. 서울구치소는 달마다 월~일요일 일주일 치를 공개하는데, 해당 식단이 한 달간 반복됩니다. 영양사는 1명 정도 식품위생직 국가공무원으로 채용합니다. 식자재납품은 주로 해당 지역 중소기업이 입찰을 통해 맡습니다. 음식 제조나 배식은 교도소 수용자들의 노역으로 이뤄집니다.
신 회장은 평소 이탈리아 음식 중에서도 파스타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가 중요한 손님과 식사할 때면 즐겨 찾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의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피에르가니에르’의 점심식사 가격은 최소 12만원대입니다. 신 회장의 전용 젓가락이 보관돼 있는 롯데호텔 중식당 ‘도림’은 한우짜장면 한 그릇만 2만원입니다.
구치소 식단이 나쁜 편은 아니지만 평소 그가 애용하던 식당 음식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안타깝게 이달 차림표에도 신 회장이 좋아하는 이탈리아 음식은 없습니다.
그나마 화, 수요일 아침 치즈미니빵이나 식빵, 스프가 비슷하겠네요. 수요일 저녁에는 일본식 국물요리인 미소된장국(미소시루)도 나옵니다. 마음고생 때문인지,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 체력이 좋은 편인데도 최근 살이 좀 빠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올해 63세로 환갑을 넘긴 신 회장에게 구치소 식단이 적절한지 급식업체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성인 하루 권장 칼로리(2000~2500㎉)와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등 기초 영양소는 어느 정도 고려한 식단으로 보인다. 다만 염분이 다소 높은 메뉴들이 많아 ‘건강한 식단’이라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는 “일례로 일요일 저녁 시금치된장국과 김치볶음처럼 나트륨 함량이 높은 국류와 반찬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또한 과일, 야채 등이 부족해 무기질과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현행법에 따라 수감자에게 영양섭취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사식제도가 없어졌기 때문에 밥을 굶으면 수감자가 직접 영치금으로 간식을 사러 구내매점까지 가야 합니다.
신 회장 측은 지난 18일, 2심에서 뇌물혐의 무죄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유의 몸이 되는 그날, 신 회장은 과연 어디에서 어떤 식사를 할 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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