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미리보기] 남·북 '포괄적 합의' 후 북·미 '일괄 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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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숙 기자
입력 2018-04-2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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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핵화 로드맵, 어디까지 이뤄질까

  • 한국형 비핵화 모델 나올 가능성

  • 실무회담 통한 단계적 이행전망

남북 정상회담을 닷새 앞둔 22일 경기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 전시실을 찾은 관람객들이 역대 남북 정상회담 모습 등 관련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4·27 남북 정상회담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의 징검다리다. 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가늠하는 동시에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짓는 역사적 이벤트이기도 하다.

남북 정상회담을 불과 엿새 앞둔 지난 21일 김정은 위원장이 '핵동결'의 첫단추에 해당하는 핵실험 중단과 핵실험장 폐기라는 선제적인 선언을 함에 따라, 정부 측 비핵화 협상전략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김 위원장이 그동안 한국·미국·중국 등의 인사를 만나 비핵화 의지를 표명한 바 있지만, 북한 공식 회의체계를 통해 구체화시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직접 명시하지 않고 '핵 군축', '핵 없는 세상' 등을 언급해 '핵 군축'에 가까운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때문에 이번 열리는 남북, 북·미 회담의 성패는 북한 비핵화의 '구체적 절차'에 달려 있다. 사실상 비핵화 방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실장은 "북한이 선대의 비핵화 유훈을 2013년부터 언급한 것은 국면 전환을 장기간 준비해 왔다는 점을 방증한다"며 "비핵화 조건으로 대북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보장을 든 만큼 '비핵화 카드'를 쥐고 정상국가의 길을 모색하려는 것 아니냐"고 해석했다.

김 위원장이 국제사회에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내세운 반면, 미국은 포괄적 일괄타결을 통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식 '단기적 비핵화'를 내세우며 이견을 드러낸 상태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포괄적 합의를 이룬 뒤, 북·미회담에서 일괄 타결하는 한국형 비핵화 모델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남북정상회담을 1주일여 앞둔 지난 18일 남북 정상이 역사적인 만남을 가질 경기도 파주 판문점 내 북측 통일각에서 북한군 병사가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연합]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비핵화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합의를 이룬 뒤,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괄 타결하는 식의 역할분담 가능성이 높다"며 "비핵화 이행은 추후 재개될 양자 또는 다자회담에서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리비아나 이란 등과는 핵개발 수준이나 환경이 달라, 새롭고 창의적인 '한국형 비핵화' 모델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일괄적 타결'은 구체적으로 북한의 핵을 현재·미래의 핵, 과거의 핵, ICBM 등 3개의 패키지로 구분해 폐기에 상응하는 보상을 규정한다는 것이다.

이후 비핵화 실무회담을 통해 3개 패키지별 이행계획을 수립하고, 가급적 빠른 기간 내 이를 이행한 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을 통해 완료하는 '단계적 이행'을 추진하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도발하지 않고 비핵화 대화에 참가하는 동안,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유류 50% 제한 조치 등 점진적인 경제제재 해제를 고려할 수 있다"며 "한·미 차원에서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유연성, 즉 횟수·성격·규모·전략무기 전개 제한 등을 확보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비핵화 대화 초기단계부터 평화체제 논의를 병행해야 하고, 북·미 수교 전단계로 평양-워싱턴에 북·미연락사무소 설치를 논의해야 한다"며 "이후 평화체제 논의 구체화 과정에서 주한미군 주둔 성격을 대북 억제용에서 동북아 군사적 균형자 역할로 변화시키는 데 합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이 조건 없이 국제사회의 핵실험 중단 요구에 부응한 점은 긍정요소지만, 핵군축을 언급한 점으로 미뤄 북한이 협상카드로 쓰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과거에 개발된 핵은 향후 협상 의제로 남겨둔 게 아닌가 한다"며 "개발이 완료된 것으로 추정되는 10~20기의 핵무기와 핵무기 원료인 50여㎏의 플루토늄 처리 문제가 향후 협상의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최근 보여준 행보의 전략적 의미와 의도를 파악하고, 관계 정상화를 동력으로 삼아 순차적으로 비핵화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홍 연구실장은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전통적인 삼각구도의 관성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들겠지만, 북한은 남·북·미 삼각구도를 활용하려 할 것"이라며 "비핵화-북·미관계 정상화-평화협정 체결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히려 '선 관계 정상화, 후 비핵화'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북·미 관계 정상화를 시도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원하는 만큼 북핵 폐기 타임스케줄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이르면 2019년 여름, 늦어도 미국 대선 직전인 2020년 여름까지 북한이 핵무기와 ICBM을 완전히 폐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보적인 측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체제보장 등 평화협정을 동시 진행하는 합의안이 나올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예년 수준의 한·미 연합훈련을 용인하는 등 유연성을 보인 만큼, 주한미군도 문제삼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또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이를 바탕으로 가장 최근에 이뤄진 남북 군사회담의 연장선상에서 합의점을 찾아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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