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상장사 전체 몸값이 미국 3대 업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경보(新京報)는 23일 중국 A주에 상장한 반도체 기업 69곳의 시총을 모두 합해도 미국 3대 업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보도했다. 수익률과 연구·개발(R&D) 투자가 저조함은 물론 일부 기업은 정부지원으로 겨우 생존하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이 중국 대표 통신장비업체이자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중싱(中興·ZTE)에 미국 제품 수출 7년간 금지라는 강력한 규제카드를 꺼내 들면서 중국 반도체 시장에 대한 관심도 증폭됐다. 중국 당국은 "과도한 우려에 따른 불공정 규제"라고 반발하고 주요 언론은 중국 반도체 업계의 취약점을 잇따라 조명하며 미국 기업의 경쟁상대가 아님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신문에 따르면 현재 중국 A주에 상장한 반도체 특징주는 총 69개로 시총은 지난주 기준 1조1265억 위안(약 191조2572억원)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 3대 반도체 기업 시총의 절반도 못 미치는 액수다. 지난주 21일(현지시간) 미국 퀄컴의 시총은 761억5100만 달러, 브로드컴은 997억5500만 달러, 인텔은 2411억6000만 달러로 위안화로 환산하면 이들 3사 시총은 2조6251억 위안(약 445조6895억원)에 육박한다.
미국 기업과 비교해 규모가 작고 실적이 부진하며 연구개발(R&D) 투자 등도 상대적으로 크게 부족하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지난 22일까지 2017년 실적보고서를 공개한 중상장사의 순이익 등을 바탕으로 추산할 때 중국 69개 반도체 상장사의 총 순이익은 100억 위안(약 1조7000억원) 정도다. 이에 반해 미국 퀄컴의 지난해 매출은 223억 달러(약 23조8119억원), 순이익은 25억 달러(약 2조6700억원)에 육박했다.
A주 반도체 상장사 중 지난해 총이익률이 30%를 밑돈 기업이 57%로 절반을 넘었는데 이 역시 중국 제품 기술력이 높지 않고 충분히 타사 제품으로 대체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직접회로 칩 설계와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쯔광궈신(紫光國芯)의 총이익률도 33.14% 그쳤다. 글로벌 반도체 업체의 총이익률이 평균 50%를 웃도는 현실과 비교하면 부진한 성적이다.
중국 반도체 업체의 R&D 인원과 투자도 늘고는 있지만 글로벌 기업과 비교하면 부족한 상황이라고 신경보는 지적했다.
시장정보업체 IC인사이츠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세계 10대 반도체 칩 제조업체의 R&D 투자액은 307억 달러에 달했고 이 중 인텔이 121억 달러로 1위다. 인텔 등 미국 3대 반도체업체는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데 지난해 기준 인텔이 매출의 21.2%, 퀄컴은 20.2%, 브로드컴이 19.2%를 R&D에 투자했다.
이에 반해 중국 대표 반도체 업체 이중궈지(一中國際)의 지난해 R&D 투자액은 4억2700만 달러로 매출 대비 비중도 13.77%에 불과했다. A주 반도체 상장사의 R&D 투자액은 많아야 1억 달러 남짓이라고 신문은 소개했다 .
정부 보조금 의존도도 높다. 신문은 지난해 중국 반도체 상장사 대부분이 1000만 위안(약 17억원) 이상, 많게는 1억 위안 이상의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자오이촹신(兆易創新)은 지난해 1억9700만 위안을, 중국 LED 선두주자인 싼안광뎬(三安光電)은 4억8600만 위안의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보조금 덕분에 적자를 면한 기업도 있다. 창뎬(長電)하이테크는 3억5000만 위안의 보조금을 받았는데 지난해 주주귀속 순이익이 3억4300만 위안으로 이를 밑돌았다.
중국 반도체 업체가 몸집을 키우고는 있지만 여전히 필요한 실력은 갖추지 못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13개 세부 분야로 나눴을 때 각 분야 대표 반도체 상장사 중 IDM은 스란웨이(士蘭微)가 유일하며 나머지는 파운더리 혹은 팹리스 업체라는 사실이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IDM은 삼성전자, 인텔처럼 자사의 로고를 찍어 판매가 가능할 정도의 기술력을 보유한 종합반도체 업체로 설계부터 제조, 포장과 테스트, 판매까지 전 과정을 자체 해결할 수 있다. 팹리스는 반도체 개발·설계 전문 기업을 말하며 파운더리는 타사 설계를 기반으로 반도체 생산에 주력하는 형태다.
웨이샤오쥔(魏少軍) 칭화대 교수는 최근 '2017년 중국 집적회로 산업 현황 분석' 보고서에서 "중국 내 반도체 제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는 있지만 해외 고객을 위한 하청생산이 대부분"이라며 "그나마도 해외자원에 의존한 성장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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