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아주경제 DB]
초고가주 삼성전자가 다음 주 액면분할로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
액면분할은 '마법'과 '착시'라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먼저 늘어나는 유동성이 마법처럼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물론 기업가치 개선을 수반하지 않은 채 주가가 싸졌다는 착시를 초래한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황제주 삼성전자 국민주로 변신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식은 액면분할을 위해 오는 30일과 5월 2·3일 3거래일 동안 거래를 정지한다. 4일부터 액면가를 50대 1로 쪼갠 새 주식을 매매할 수 있다. 주가는 이날 종가인 252만원을 기준으로 잡으면 5만원대로 낮아진다.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에 나서는 것은 1975년 6월 11일 상장 이후 처음이다. 액면분할로 노릴 수 있는 효과로는 거래량 증가에 따른 주가 부양과 지수 추종형 펀드 유입 확대, 주주환원 강화가 꼽힌다.
그동안 비싸서 못 산다고 하소연하던 개인 투자자도 쉽게 삼성전자 주식을 살 수 있다. 지금까지는 시가총액에 비해 유동성이 크게 낮은 편이었다. 삼성전자 주식이 코스피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안팎에 달한다. 이에 비해 코스피 거래량에서 비중은 하루 평균 0.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 비중이 삼성전자보다 20배가량 크다.
반대로 액면분할 후에는 상황이 뒤바뀔 수 있다. 삼성전자 주식은 최근 6개월 동안 하루 평균 30만주가량 거래됐다. 이를 단순 계산해서 50배로 늘리면 1500만주다. SK하이닉스(일평균 거래량 460만주)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황고운 KB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개선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액면분할 시가총액 커야 유리

사진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과거 통계를 보면 시총이 크면 액면분할 효과도 컸다. NH투자증권이 2015년부터 지금까지 액면분할을 실시한 코스피 종목 39곳을 대상으로 집계한 수치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39개 종목 가운데 약 62%(24곳)는 거래정지 전후 60일 동안 거래량이 증가했다. 더욱이 시총 5000억원 이상인 대형주 7곳만 보면 거래량이 늘어난 곳이 약 71%(5곳)에 달했다.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펀드가 삼성전자 주식을 더 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도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태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SK텔레콤(2000년)과 제일기획(2010년), 아모레퍼시픽(2015년) 주가는 액면분할을 실시한 후 1개월 동안 코스피 수익률을 평균 14%포인트가량 웃돌았다. 주가가 오르면 패시브펀드는 늘어난 시총에 비례해 주식을 더 사게 마련이다.
다른 고가주도 액면분할에 동참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액면분할은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친화정책으로 꼽힌다. 현재 코스피에는 고가주가 여전히 많다. 롯데칠성과 LG생활건강, 태광산업은 1주에 100만원 이상이다. 영풍과 네이버, 오뚜기, 남양유업, 롯데푸드도 50만원을 웃돌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액면분할은 주주친화적인 결정으로, 증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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