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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덕 부산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기회는 위기와 같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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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득균 기자
입력 2018-04-2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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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위기가 기회다'라는 말을 자주 쓰면서 위기 가운데서도 희망과 용기를 찾는다. 그러나 '기회는 위기다'라는 생각이나 말은 잘 하지 않는다. 꼭 같은 내용과 논리임에도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즉 다가 온 기회가 성취되지 않거나 사라지면 오히려 위기가 닥치게 됨을 외면한다.

앞으로 이삼일 내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북핵으로 위기가 고조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는 희망적인 기회가 현실로 다가왔다. 뒤이어 미북정상회담까지 예정되어 있으므로 이번에는 진정한 해결의 계기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이 기회가 생각대로 실현되지 않으면 오히려 더 큰 위기가 닥치게 됨을 인식하고 제대로 대비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면 여러 가지 합의와 선언이 어렵지 않게 이루어 질 것이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역대 좌파 대통령이 돈 까지 주어가며 찾아가서 이루어낸 적이 있는 수준이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즉 이제는 같은 민족끼리 대결 대신 평화롭게 살고 한반도의 비핵화를 이루겠다는 합의와 선언일 것이고 양측, 특히 남한 대통령에게는 큰 정치적 성과가 될 것이다.

그러나 회담에서 '왜 과거의 유사한 선언과 합의는 북이 지키지 않았는가'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질문은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개인 간의 거래에서도 물을 수밖에 없는 질문인데 할 용의가 없으리라 짐작된다. 또한 같은 민족끼리 정말 잘 지내는 전제는 70년 동안 헤어져 아직도 생사조차 모르는 이산가족 문제부터 조건없이 해결하는 것이다. 이 기본적 인권문제를 지렛대 삼아 협상이나 트집의 대상으로 삼아 온 상대는 믿을 수 있는 정상 국가나 단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좌파 대통령들의 공통된 특징은 북한을 선의와 신뢰의 상대로 믿고 인정해 주는 것이다. 햇볕정책을 만든 김대중 대통령은 평양 방문 후 '북은 핵을 개발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단언하고 '만약 핵을 개발한다면 내가 책임지겠다'라고 공언했다. 우리는 과거의 실책과 실언을 추궁하지는 않더라도 기억해야 하는 데는 너무나 약한 민족이다. 취임 후의 정책과 언행으로 미루어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두 대통령보다는 더 좌측으로 편향된 것 같이 보이므로 앞선 전임자들보다 북에 더 포용적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 것은 한반도를 위해서는 천운이라고 생각한다. 직전 미 대통령 같이 '전략적 인내'라는 미명으로 북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사실상 방관해온 정부가 그대로 있었다고 가정해 보면 식은땀이 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이런 모습을 보이고 비핵화를 내거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정책 때문이라는 것은 피차 알고 있는 사실이다.

장기판에서 중요한 말이 움직인 것 같이 이제는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가 없다. 과거와는 다른 진행과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성과나 대가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하나의 균형이 깨어지고 다른 균형으로 옮기는 과정은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제공한다.

인간은 미래를 예측할 때 반드시 과거를 상기해 본다. 이는 위험 확률을 줄이고자 하는 본능적 행동이다. 이미 과거의 균형으로 돌아갈 수 없으므로 바람직한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은 엄청난 위험도 수반한다. 다른 것도 아닌 핵과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뜻밖에 찾아온 기회가 너무 아깝기 때문인지 아무도 입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 같지만 만약 핵문제가 제대로 해결된다면 다음에는 통일이라는 과제가 쓰나미처럼 닥쳐 올텐데 그것은 더 큰 기회이자 운명적 위기를 동시에 가져오게 된다.

'믿되 검증하라'는 원칙과 자세는 평화가 상대의 선의의 몸짓으로만 이루어 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큰 기회가 동시에 절박한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똑 같이 인식해야 뜻하지 않은 결과를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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