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시절 이끌었던 남북 경협이 10년 만에 다시 눈을 뜨게 된 셈이다. 남북정상은 27일 판문점선언에서도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위해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한반도 정세에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주변국과의 경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경제지도를 완성해 가야 한다는 조언이 뒤따른다.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6월께 북·미 정상회담까지 나설 예정으로, 전례 없는 경제 중심 외교전을 전개하는 모습이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기대감 속에서 북한은 체제유지와 경제협력 및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앞서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은 100대 국정현안 과제를 통해 남북경협의 청사진으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제시했다.
신경제지도에는 △개성공단 확대, 해주·남포·평양·신의주를 연결하는 서해안 경협축 건설 △경의선 개보수 및 서울-베이징 고속철 건설이 포함된 '서해권 산업·문류·교통 벨트 건설‘ △금강산·원산·마식령(관광), 단천(자원), 청진·나선·하산(산업단지·물류) 등 동해안 개발 및 러시아 극동지역을 연결하는 '동해권 에너지·자원 벨트 구축‘ △DMZ 지역 생태·평화안보 관광지구 개발 및 문화교류센터를 구축하는 ’DMZ 환경 및 관광벨트 구축‘ 등이 담겼다.
정부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실제 추진하는 시기는 북·미 정상회담 이후부터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신경제지도를 그려가는데 있어, 남북만의 협력만으로는 실현 가능성이 낮아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신경제지도는 지형적으로 남북뿐 아니라, 북방지역으로 확장된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역시 한반도에서 출발, 중국과 러시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지도 개념을 기초로 설계됐다.
특히 참여정부 이후 가로막혀 결국 '퍼주기식' 지원책으로 전락했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남북 간 물자교역은 1988년 정부가 대북 경제개발조치를 취하면서 출발했다. 김대중·노무현 집권 시절 남북교역이 확대됐지만, 2008년 7월 금강산 관람객이 북한군에 총격을 당하면서 차갑게 식었다.
정부의 우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안정적이며 지속가능한 경제지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남북 이외에도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국가와의 국제화에 무게가 실린다. 국제사회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신경제지도를 확장·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정학적인 '리스크'에서 오히려 지정학적인 '매리트'를 찾기 위한 주변국가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남북을 향해 정상회담 요청을 비롯, 다양한 경제협력 카드를 내밀며 시장내 주도권 쟁탈전까지 벌일 태세이기 때문이다.
북한경제 전문가들은 남북 주도의 경제협력에 주변국이 뒤따라올 지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그만큼 신경제지도 구상은 동북아시아지역 내 새로운 경제외교의 전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실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입지를 충분히 다져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정부 주도로 추진된 경협의 실패 사례를 본보기로 삼고, 기업이 주도할 수 있는 경협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서 정부 역시 컨트롤타워로서 면모를 보여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미 일부 공기업에서는 남북사업과 관련된 조직을 신설하는 등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지만, 총괄 관리능력 부재시 사업에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남북에 이어 북·미까지 이어지는 정상회담은 역사적인 일이며, 여기에 새로운 경제지도까지 그려야 한다는 데 대한 정부의 부담 역시 클 것"이라며 "다만 주변국과의 정치적·경제적 위치를 바로잡아 한국 정부가 주도할 수 있는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그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