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편요금제 도입이 현실화 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통신비 원가 공개, 5G 주파수 경매 비용 등으로 갈수록 사업 부담이 더해가는 상황에서 보편요금제 법제화만큼은 막아야 한다며 결사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기구인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는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보편요금제 도입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심사를 진행한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보편요금제 심사가 당일 마무리 될지, 계속심사로 이어질지는 속단할 수 없다”면서 “규개위를 통과하면 5월 법제처 심사 뒤 6월에는 임시국회에 법안을 제출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대 요금에 200분의 음성통화와 1GB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적정 요금으로 기본적인 수준의 음성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의 출시를 의무화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통신 서비스 상품이다. 과기정통부는 통신비에 대한 사회적 논의기구인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보편요금제를 수차례 다뤘고, 결과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는 등 사전 준비가 완료됐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보편요금제가 규개위를 넘는다 해도,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보편요금제는 위법성 논란이 있어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많았던 사안이다. 지방선거와 신규 상임위원회 구성 등 각종 현안이 쌓여있는 국회가 현 시점에서 공을 들여 살피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통사의 입장에서는 보편요금제를 도입할 경우 영업 손실이 불가피하다. 특히 통신비의 원가를 공개하라는 대법원의 판결과 함께 막대한 비용이 드는 5G 주파수 경매도 앞둔 터라, 보편요금제 법제화 만큼은 결사적으로 저지해야 하는 형국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연간 영업이익보다 높은 5G 주파수 비용, 통신비 원가공개로 인한 요금인하 압박에 보편요금제까지 더해져 삼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이러한 일방적인 제도 실행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각종 서비스 축소로 이어져 그 피해가 소비자들에게도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일을 초래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보편요금제는 규제 완화라는 기존 정부 정책방향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며, 무엇보다 알뜰폰 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면서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선 시장 상황을 보다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보편요금제에 따른 연간 통신비 절감액을 1조원에서 최대 2조2000억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반대로 이통사의 매출 감소 수치도 가늠케 한다. 증권업계에서는 이통사가 보편요금제로 전환 시 매출 감소는 최대 1조4000억원까지 이를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상위 요금제 고객의 인하효과까지 고려하면 매출 감소 분은 더욱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또 다른 변수도 있다.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궁지에 몰린 이통사가 최근 들어 요금제 개편을 자발적으로 펼치자,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의 시장 평가는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 장관은 보편요금제에 상응하는 요금제를 이통3사가 지속적으로 내줄 것을 당부하며, 사업자간 활발한 경쟁을 유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영민 장관이 정부의 가계통신비 절감 대책에 이통사가 나름의 노력으로 보조를 맞추고 있는 점을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보편요금제 법제화까지는 무리하게 끌고 나가진 않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진단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