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으라차차 와이키키' 정인선,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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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8-04-2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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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 윤아 역의 정인선[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말간 얼굴에 해사한 미소를 가진 배우 정인선이 이토록 웃길 수 있다는 것을.

지난 17일 종영한 JTBC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극본 김기호 송지은 송미소·연출 이창민)는 영화감독을 꿈꾸는 불운의 아이콘 동구(김정현 분), 똘기 충만 생계형 배우 준기(이이경 분), 반백수 프리랜서 작가 두식(손승원 분)이 게스트하우스 ‘와이키키’를 운영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드라마다. 세 청춘이 망해가는 게스트하우스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코믹하게 그려졌다.

이번 작품에서 정인선은 게스트하우스의 살림을 맡고 있는 한윤아 역을 연기했다. 미혼모인 윤아는 어린 나이에 홀로 딸 솔이를 기르면서도 절망하지 않고 꿋꿋하게 꿈을 찾아 나서는 인물. 청순하고 가녀린 외모와는 달리 스스럼없이 망가지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기도 하다.

엉터리 랩 실력으로 보는 이들을 당혹케 만들거나, 상한 버섯으로 찌개를 끓이는 등 하는 일마다 실수투성인 윤아는 말 그대로 정인선의 지난 필모그래피와는 완벽히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KBS2 ‘매직키드 마수리’, ‘살인의 추억’ 등 아역 시절 작품은 물론 KBS2 ‘맨몸의 소방관’, JTBC ‘마녀보감’ 등과도 다른 색깔과 질감을 가진 캐릭터였던 것이다.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소화한 정인선에게도 ‘으라차차 와이키키’ 속 윤아는 낯선 인물이었다.

“윤아는 제 연기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될 작품이에요. 다른 연기법을 깨우치게 됐거든요. 이 작품을 기점으로 다른 작품을 만나게 될 때 접근법 자체가 달라질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윤아와 헤어지는 게 힘든 것 같아요. 기존 연기 톤를 버릴 수밖에 없었고 그만큼 확연히 다른 캐릭터에요. 자주 아플 것 같고 가녀린 이미지라고 하는데 사실 그 이미지와 가장 비슷한 캐릭터거든요. 그런데도 성격은 저와 너무도 달라서 다가가기 어려웠어요.”

JTBC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 윤아 역의 정인선[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전과는 달랐다. 윤아는 정인선에게 너무도 먼 존재였다. 미혼모에 홀로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윤아에게 공감하기가 어려웠던 데다가 자신의 표현으로 인해 ‘미혼모’에 대한 어떤 이미지가 생기게 될까 봐 걱정이었다고 털어놨다.

“윤아 캐릭터의 타이틀이 ‘분노유발, 민폐 싱글맘’이었어요. 윤아가 등장해 민폐를 저지르고 에피소드가 진행되는 방식인데 ‘싱글맘은 곧 민폐’라는 정의가 내려지면 안 되잖아요. 표현에 있어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어요.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점점 더 커지는 가운데 감독님께서는 ‘싱글맘이라는 타이틀을 너무 어둡고 슬프게 표현하지 말라’는 조언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때 뭔가 딱 깨우쳤어요. ‘아! 나도 싱글맘에 대한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었구나’하고요.”

눈이 번쩍 떠질 만한 계기였다. 정인선은 ‘싱글맘’이 아닌 ‘엄마’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고 조금씩 윤아의 입장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는 “이 모든 게 여름이(솔이 역) 덕에 가능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제가 아이들을 굉장히 좋아하는데도 같이 촬영하는 건 힘들더라고요. 감정을 잡는 것도 벅찬데 아이가 울면 감정이 흐트러지기도 하고, 계속 안고 있는 것도 힘에 부쳤어요. 동료 배우들, 스태프들이 돌아가며 솔이를 봐주시는데도 체력적으로 힘들더라고요. 정말 정신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첫 방송 때, (시청자들에게) 욕먹을 줄 알았어요. 연기 하랴, 아이 돌보랴 어떤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방송을 보니 딱 윤아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윤아가 놓치고 가는 것들, 불안한 모습 속에 실제 제 모습도 보이기도 하고요. 솔이 템포에 맞추느라 제 계획대로 연기하지 못했는데 오히려 그런 점이 머리 안 쓰고 진짜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이유로 정인선은 윤아와의 이별이 너무도 아쉽고 슬프다고. 여러 편견을 깨트리고 자신을 내려놓고, 새로운 방법을 깨우칠 수 있었던 캐릭터인 만큼 애정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헤어지는 과정에 있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아쉽고 슬플까요? 5개월을 찍는데 촬영이 보이는 것보다 더 빡빡했거든요. 미니시리즈 이상의 퀄리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5개월 동안 제대로 쉬어 본 적도 없어요. 저는 이런 긴 프로젝트가 처음이었거든요. 장기전을 치르고 정신을 차려보니까 종영이 됐어요. 그래서 더 윤아와 헤어지는 게 실감이 안 나요.”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이른바 ‘중고 신인’의 장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배우들이 아닌 오랜 시간 내공을 다져온 배우들이 모였기 때문에 연기력은 물론 호흡 역시 걱정할 게 없었다.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들 같았으니까.

“감독님과 작가님께서 용기를 내주신 거죠. 제작진 입장에서도 조합이나 장르, 작품 색깔이나 구조 같은 게 모두 도전일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배우 개개인에게도 이 작품은 도전이었어요. 템포도 빠르고 극단적인 데다가 설정도 과할 때가 있잖아요? 이야기가 쭉 흘러가지 않고 에피소드 식이라서 처음엔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고요. 이번 작품 덕에 많은 걸 깨달았어요. ‘아, 난 템포가 느린 사람이구나’, ‘리액션을 못하는구나’ 등등…. 많이 깨닫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처음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성장도 했고요.”

JTBC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 윤아 역의 정인선[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들이 자리를 잡고 성장해가는 만큼, 이들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마음 또한 그랬다. 어느 순간부터는 매 캐릭터가 배우 그 자체처럼 느껴지기도 했으니까.

“작가님도 그러셨어요. 처음에는 ‘이건 동구 말투고 이건 준기 말투다’라면서 많은 걸 염두 하고 쓰셨는데 뒤로 갈수록 상황만 맞게끔 썼다고요. 어떻게 쓰더라도 윤아답게, 수아답게, 동구답게 잘 해준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이지 찰떡궁합. 배우들은 물론 제작진까지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 만큼, 자연스레 시즌2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

“아직 구체적으로 시즌2에 대한 이야기는 못 들었어요. 우리끼리는 소모임이 형성될 거라 기대가 되기도 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박수를 받으면서 끝났는데 시즌2를 해도 될까? 하는 마음도 들어요. 개인적으로는 시즌1의 윤아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고요.”

드라마가 막바지에 이르고 ‘으라차차 와이키키’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배우 이이경과 정인선의 열애설이었다. 특히 정인선은 김정현(동구 역)과, 이이경(준기 역)은 고원희(서진 역)와 러브라인을 이어오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걱정이 컸어요. 겁을 많이 먹고 있었죠.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인 데다가 제작진, 동료 배우들에게도 미안하고…. 시청자분들께 제일 죄송했죠. 각자 커플을 응원하시던 분들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은 거예요. ‘끝까지 와이키키답다’는 말을 보고 뭔가 안심이 됐어요.”

정인선의 말처럼 시청자들은 “엇갈린 사랑”이라고 놀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와이키키답다”는 반응을 보이며 두 사람의 열애를 축하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배우들은 어땠을까? 동료 배우들은 열애설이 터질 때까지도 이 사실을 몰랐다고.

JTBC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 윤아 역의 정인선[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냥 저한테 남자친구가 있다는 정도만 알고 계셨어요. 그 이상은 안 물어보더라고요. 하하하. 그냥 ‘이런 사람이고, 이렇게 만났다’ 정도는 말했는데 촬영하느라 바빠서 자세하게는 이야기하지 못했었어요. 다들 깜짝 놀라셨다고 그러더라고요. 심지어 (이)주우 언니는 그날 인터뷰를 하고 있었대요. 언니도 감독님도 ‘게네가? 그럴 리가 없다!’고 하셨다고…. 하하하.”

두 사람의 열애설이 터진 뒤, 코멘터리 방송 또한 화제가 됐다. 두 사람이 각 커플의 키스신을 보면서 코멘터리를 하는 장면을 보며 팬들은 미묘한 분위기를 캐치, 나노 단위로 해석을 하고 있다고.

“너무 신기해서 웃었어요. 어떻게 이걸 다 캐치하고 다시 끌어오셨지? 하하하. 우리도 이미 시나리오부터 찍는 장면을 다 봤는데. 그런 표정이나 분위기일 거라고는 생각 못 했거든요. 스페셜 방송이라 그런지 카메라가 6대씩 있어서 그런 나노 단위로 캡쳐하기 좋은 모습들이 찍힌 것 같아요. 우리끼리만 알고 넘어갈 줄 알았는데! 어떻게 다들 찾으셨을까요? 그런 걸 보면 작품이나 캐릭터들이 참 많은 사랑을 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약 한 시간가량의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정인선에게 “다음에 만날 때까지 해내고 싶은 일이나 약속하고 싶은 게 있느냐”고 물었다.

“음, 어떤 게 좋을까요? 다음에 만날 때까지 열심히 운동할게요! 체력과 근육량을 늘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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