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북한 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평화통일의 첫 걸음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김정은 이외에도 북한에 대한 인식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2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는 김정은에 대해 “정상회담을 철저히 준비하고 있는 똑똑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폼페이오 내정자는 지난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바 있다.
또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한 정부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김정은을 트럼프가 표현했던 ‘못 말리는 미치광이’가 아닌 ‘합리적 행위자’라고 보도했다. 이는 김정은이 감정적인 사람이 아닌 합리성을 따진다는 인물로 해석된다.
그간 국내외 언론에 보도돼온 김정은은 정치기반 강화를 위해 고모부인 장성택을 숙청하는 잔혹한 인물로, 또 핵개발을 위해서라면 전쟁도 불사하는 전쟁광으로 표현돼 왔다. 하지만 남북화해무드가 이번 정상회담으로 정점에 이르면서 그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지난 12일 세종국가전략포럼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국내 평가는 다소 편향됐다”고 말했다. 정보 통제와 조작으로 김정은의 리더십이 잘못된 만큼, 이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 실장은 “김정은이 1인 지배 체제 강화를 목적으로 고모부인 장성택 등 이른바 ‘운구차 7인방’을 숙청했다는 보도는 왜곡됐다. 장성택은 권력남용, 부정부패, 부적절한 여성관계 등 여러 혐의가 있었다”며 “리영호는 과거 군부가 관장한 사업을 당과 내각으로 이전하는 것을 반발하다 해임됐다. 김기남과 최태복은 고령으로 물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행사에 함께 참석한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김정은의 리더십은 크게 실리지향성, 공명성, 결단력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며 “장성택과 리용호 등을 하루 아침에 쳐낸 것은 상황이 되면 바로 밀어붙일 수 있는 결단력을 보여주는 예”라고 강조했다.
이신철 성균관대학교 연구교수는 지난 17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1948년 남북협상과 한반도의 미래’ 공동 학술회의에서 “김정은 체제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성택 처형으로 대표되는 숙청의 이면에는 부패척결과 정권의 세대교체라는 성격이 내제돼 있다”면서 “김정은 집권 이후 지방의 하급 집단농장 간부들까지 젊은이들로 교체된 것이 여러경로로 확인됐다. 간부의 연소화는 김정은의 스위스 유학 경험과 맞물려 개혁개방정책에 대한 지지층이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김정은이 보여준 파격행보는 정상국가로의 지향성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다. 이신철 교수는 “김여정의 남한 파견이나 이설주의 정상회담 동행은 여성의 지위 향상도 있지만 정상국가로의 지향성을 드러낸 것”이라며 “정상외교 현장에 부부동반은 서구 외교가의 관행이었다. 김정은이 사회주의적 관행을 깨고 그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는 조선인민군 창건일을 2월 8일로 되돌려놓은 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며 “유격대 창건일이 아닌 정규균 창건을 기념하는 것은 유격대 국가가 아닌 정상국가로의 지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정권의 특성과 의미있는 정상회담의 성과를 위해서는 이제까지와 다른 시각의 확보가 선행돼야한다. 이를 위해 북에 대한 호칭문제도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 교수는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상황에서 상대를 국가가 아닌 국가보안법 틀 속에서 이해한다면 관계를 진전시킬 수 없는 장애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정상국가화를 지향한다면 거기에 정정도 호응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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