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보유세 개편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정책 목표부터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유세 강화를 기정사실화하고 세부 방안을 논의할 게 아니라 개편 취지와 실효성 등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보유세 조정은 국민 생활에 파급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7일 본지와 송석준 국회의원실 공동주최로 여의도 국회의사당 귀빈회관에서 열린 '2018 아주경제 부동산 입법포럼'에서 "보유세가 당연히 올라갈 것이고, 어느 정도 폭을 인정할 것인가만 주제가 흘러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은 부작용을 초래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민들에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조세 부담을 전가하는 방향으로 가선 안된다"고 말했다.
두 연구위원은 "거래세 부분에서 정부가 높은 장벽을 만들어 부동산 거래가 경직된 상황에서 보유세까지 조정하는 것은 결국 주택 소유자들의 퇴로를 막는 꼴이 된다"며 "국민 개개인이 처해있는 상황과 현실, 부동산 시장의 여러 방향에 대해 잘 고려해서 종합적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언선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외국은 10년 가까이 세율이 변하지 않는다. 세율이 변하지 않아도 자연증감분이 있어서 정부가 노력하면 예산을 충분히 쓸 수 있기 때문"이라며 "보유세 개편은 전 국민이 부동산을 갖게 하는 게 목표인지, 세수를 걷는게 목표인지, 아니면 다주택자의 징벌적 요소인지 확실히 정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보유세는 크게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재산세를 의미한다. 재산세는 부동산가격이나 규모에 관계없이 부과하므로 보유세 인상은 사실상 부동산부자에게 해당하는 종부세 인상이다. 종부세는 일정 규모 이상의 부동산 소유자에게 중과하는 높은 세금으로 노무현정부 때 도입됐다가 이명박정부 때 위헌판결을 받았다.
현 정부가 보유세를 다시 인상하려는 명분은 집값 안정과 경제양극화 해소다. 다주택자나 고가주택자에게 높은 세금을 물려 공평과세를 실천하고 주택을 팔도록 유도하면 공급량을 늘릴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날 진행된 포럼에서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보유세 인상 카드를 꺼내는 건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올바른 보유세 개편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포럼에는 조경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자유한국당의 나경원·원유철·최교일·김규환 의원이 참석했다.
김주영 상지대학교 법부동산학과 교수가 '부동산 보유세제의 개편방향과 과제'를 발표했으며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장의 진행으로 임언선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 남영우 나사렛대학교 국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 이용훈 대화감정평가법인 기획이사 등이 토론을 진행했다.
김광현 아주경제신문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부동산 보유세 개편은 글로벌 유동성의 변화에 발맞춘 자산 재편과 분배 정의 실현이라는 양 측면 모두에서 중요한 이슈"라며 "학계와 국회, 업계를 대표하는 많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관련 내용을 논의하는 이 자리가 보유세 개편 작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조경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은 축사에서 "일부 투기과열지구에서 발생하는 불법적인 행위를 엄단해야 하지만 이로 인해 전국 부동산시장을 얼어붙게 하는 오류가 생겨선 안된다"면서 "오늘 이 자리에서 제시되는 여러 의견을 통해 올바른 방향의 부동산 정책이 나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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