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주목한 가운데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은 정상회담 선언문 내용만큼이나 많은 화제성 어록을 남겼다. 이날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청와대 초청을 흔쾌히 수락해 놀라움을 안기기도 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판문점 브리핑을 열고 두 정상이 나눈 비공개 대화 내용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같은 대화가 오갔다고 설명했다.
윤 수석에 따르면, 이날 오전 북측 판문각과 우리 측 자유의집 사이의 군사분계선(MDL)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 전통 군악대의 호위를 받아 이동하면서 문 대통령은 "외국 사람도 전통의장대를 좋아한다"며 "그런데 오늘 보여드린 전통 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다"고 밝힌 뒤 "청와대에 오시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께서 초청해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며 화통한 화법을 구사했다. 남북 관계 개선과 교류 재개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의지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대화는 두 정상이 판문점 광장으로 내려오는 몇 분 사이에 이뤄졌다. 100여일만에 급물살을 탄 남북 관계만큼 두 정상의 대화도 빠르게 이뤄진 것이다.
이날 양 정상은 처음 만난 사이답지 않게 시종일관 서로를 배려하면서도 강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치며 끈끈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정상의 첫 대화는 남북 정상회담 시작 전인 이날 오전 9시30분께 판문점 MDL을 사이에 두고 이뤄졌다.
MDL 앞에서 기다리던 문 대통령에게 다가가 손을 맞잡은 김 위원장은 "반갑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고, 문 대통령은 "오시는 데 힘들지 않았습니까"라는 말로 김 위원장을 반겼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말을 이어 받아 "정말 마음의 설렘이 그치지 않는다. 이렇게 역사적인 장소에서 만나니까, 또 대통령께서 (군사)분계선까지 나와서 맞이해준 데에 대해서 정말 감동적(으로 느낀다)"라며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이에 문 대통령도 "여기까지 온 것은 위원장님의 아주 큰 용단"이라고 화답했다. 북측 최고지도자로서 처음으로 남측 땅을 밟은 김 위원장에게 경의를 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에 김 위원장은 "아닙니다"라며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이 때에는 또 문 대통령의 '깜짝 월경'이 이뤄지기도 했다. 김 위원장과 역사적인 첫 악수를 나누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인사를 건네자마자, 김 위원장은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며 곧바로 문 대통령의 손을 이끌고 북측 지역에 약 10초간 머물렀다.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에 양측 수행원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이를 지켜보던 취재진 사이에서도 감탄이 흘러나왔다. 이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상봉을 한층 화기애애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
이후 두 정상은 화동 2명과의 기념촬영 및 의장대 사열 등 일정에서도 시종 부드러운 태도와 표정을 보이며 정상회담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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