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시민들 "악수장면에 뭉클,감동"…일부 "더이상 안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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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수 박경은 오수연 윤지은 호문예 수습기자 (정리 한지연) 기자
입력 2018-04-2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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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년만에 개최된 남북정상회담, 시민들 긍정적 반응 다수 속 일부 반발

  • 10대들 "교과서, 글짓기로만 보던 '통일'이 눈앞에…감격스럽다"

  • 20~40대 "통일은 일자리, 물류비용 등 경제적 파급효과 기대"

  • 60~70대 "믿었다 배신당한 경험에 상처, 완벽한 비핵과 없으면 의미없다"

  • 외국인들 "놀라운 경험…양측이 힘 합친다면 국제사회 영향력에 커질 것"

27일 오후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서 시민들이 남북 정상의 기념식수 생중계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남북 정상이 만나 악수를 나누는 장면은 많은 국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시민들은 남북 정상이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구축을 위해 한 걸음 내딛은 데 대해 의미가 있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너무 낙관적인 희망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북·미 정상회담 등 남아있는 일정이 적지 않은 만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선 갈 길이 멀었다는 우려다.

이날 서울 강남역에 만난 회사원 이모씨(28)는 “남북 회담을 지켜보면서 굉장히 뭉클하고, 역사적인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는 이런 교류를 좀 더 활발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담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동료들과 TV 생중계로 지켜봤다는 직장인 김모씨(32)는 “우리 세대가 전쟁에 대한 공포감이 큰 건 아니지만 오늘의 정상회담은 큰 진전이라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만큼은 잘 컨트롤하고 있다는 신뢰감이 든다”고 말했다.

금융사에 근무하는 신모씨(48)는 “안보문제가 해결되면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통일이 안 되더라도 지금처럼 화해모드로 접어들면 남북이 물류비용 축소, 자원개발 및 소비시장 확대,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파급효과는 물론이고 독거노인 연금, 아파트 무상공급 등 복지 혜택도 누릴 수 있다"며 "경제적 논리로만 보면 평화적 분위기를 계속 끌고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10대들은 이번 회담이 "남북문제에 관해 좀 더 의미 있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오후 1시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만난 중2 송모양(14)은 “남북 정상회담을 도덕 교과서로만 접하다 이번에 TV를 통해 처음봤는데 신기했고, 좋았다”며 “친구들과 통일에 대한 얘기를 한 번도 나눠본 적이 없는데, 오늘을 계기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원도 춘천에서 서울로 현장체험학습을 와 광화문 교보문고를 둘러보던 춘천여중 3학년 방모양(15)은 “부모님이 통일이 되면 사는 게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말을 많이 해서 비판적으로만 봤는데 이번 남북회담은 매우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교에서는 통일에 대해 물어보면 ‘신문이나 보라’며 잘 가르쳐주지도 않고, ‘통일의 날’이라고 매년 똑같은 포스터·글짓기·그림대회만 하는 게 지겨웠는데 이렇게 실제로 회담 장면을 보니까 통일이 나와 관계없는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니라는 게 느껴져서 좋았다”고 말했다.

반면 60~70대는 우려섞인 시선을 보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만난 김모씨(75)는 “살아오면서 이북이 거짓말한 것을 한 두 번 본 게 아니다”라면서 “통일이 되면 치안도 불안해지고, 세금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통일이 안 되도 잘 살아왔다”고 말했다. 용인시에 사는 천모씨(75)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도 남북 정상회담을 지켜봤지만 결과가 그리 좋지 않았다”며 “자주권이 없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회담이라 결과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고속터미널에서 만난 김모씨(60)는 “북한이 앞에서는 평화를 논하면서 뒤에서는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을 너무 많이 봐왔다”며 “핵동결은 의미가 없다.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확답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회담이 현 정부의 ‘평화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관련자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책을 논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미교포, 외국인들은 11년 만에 개최된 남북 정상회담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대부분 "무섭지만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LA에 거주하는 린씨(26)는 “주변 재미교포들은 대부분 2, 3세라 북한의 핵실험이나 인권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다”며 “그렇지만 오늘 일은 우리 세대들에게 굉장히 의미있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에 사는 사브리나씨(22)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신저를 통해 “남북 사이에 많은 적대감과 전쟁, 분열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이번 회담이 양측 모두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이번 남북회담을 통해 세계 경제공동체 안으로 들어온다면 굉장히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뉴욕 모대학에 다니는 브랜든씨(20)는 “남북회담은 좋지만 무서운 일”이라며 “남과 북 사이에 평화가 구축되고 북한이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표방하는 국가가 되길 희망할 뿐”이라고 말했다. 

조지아주 무인항공기 회사에 다니는 랠리씨(32)는 “몇 세대 동안 대한민국을 인질로 잡아온 김정은 일가가 한 달 만에 외교 전략을 바꿔 ‘평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며 “이들의 행태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상하이 모대학에 다니는 이홍위씨(25)는 “북한의 국가전략이 경제중심으로 옮아가면서 주변국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해졌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한 만큼 종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의견 역시 엇갈렸다. 앞서 정상회담 성공 개최를 위해 출범했던 '화해와 평화의 봄' 조직위원회 김호 공동기획단장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남북관계가 꽉 막혀 있었는데 이번 회담이 새로운 물꼬를 트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보수 성향 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남북 정상이 만났지만 오늘의 논의가 '평화'에만 그치지 않고 북한의 핵 폐기 약속을 실효성 있게 담보할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며 "유의미한 결과에 따라 남북회담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했다.

남북회담을 가장 간절하게 바란 건 북한에 가족을 두고 온 이산가족들이다. 박경희 일천만 이산가족위원회 사무국장은 “남북 정상회담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산가족 어르신들 모시고 철원 백마고지 인근에서 북쪽을 바라보고 왔다”며 “베를린에서 문 대통령이 이산가족 어르신들의 고향방문단을 추진한다고 약속했듯이 ‘통일에 대한 염원’이 변치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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