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객 등 해양레저인구 증가로 해양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5t 미만 소형 선박에서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국민이 스스로 해양안전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선박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다.”
박준권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은 최근 증가한 해양사고에 대해 이같은 소신을 밝혔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이하 해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해양사고는 총 2582건 발생했고, 그로 인해 145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다. 이는 전년보다 약 12% 늘어난 수치다.
해심원은 1963년에 설립된 해양수산부 소속기관이다. 해양사고 전반을 조사하고, 행정처분을 담당한다.
박 원장은 “해양안전심판원은 해양사고에 대한 조사와 심판을 통해 사고원인을 분석하고, 사고 관련자에게 과실 경중에 따라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하는 기관”이라며 “특히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중요한 해양사고의 경우, 특별조사부를 구성해 정밀하게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제도적인 문제점을 파악해 유사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제시한다”고 소개했다.
해심원은 중앙심판원과 4개의 지방심판원으로 구성됐다. 중앙심판원은 세종시에, 지방심판원은 부산·인천·목포·동해시에 위치해 있다. 지방심판원은 1심, 중앙심판원은 2심 심판을 한다.
2심에 불복하면 대전고등법원에 3심을 청구하고, 최종심으로 대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해심원이 접수하는 사고건수는 연간 3000건이 넘는다. 대부분은 심판 불필요 처분 또는 시효경과 처분 등 비해당사건으로 처리된다. 지난해에는 230여건 정도 심판했다.
박 원장은 “하나의 사건이 종결되는 과정에서 평균 3회 또는 4회 정도 심판을 진행한다”며 “쉽게 말해 해심원에서 365일 동안 매일 2건의 심판을 진행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선 면허제도 도입···이제는 생각해볼 문제
올해 4월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어선은 약 6만6000척이다. 이중 5만5000척이 5t미만 소형선박이다. 즉 어선 10척 중 8~9척은 5t미만이라고 보면 된다. 선박 숫자가 많다 보니 사고도 많다.
그런데 5t미만 선박은 낚시어선과 여객선을 제외하고, 면허없이 아무나 운항할 수 있다. 면허가 없어도 되니 항법에 대한 지식이나 안전의식이 상대적으로 낮고, 또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자가 운항하다 보니 사고 발생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박 원장은 “5t미만 어선 중 '선외기 어선'은 선박 뒤쪽에 엔진을 별도로 장착해 운항하는 어선이다. 5t미만 어선 5만5000척 중 약 3만척(54%)이 선외기를 설치한 어선”이라며 “선외기 어선은 30노트(약 56km) 정도까지 속도를 낼 정도로 빠르고, 속도를 내면 선체 앞부분이 들리며 전방을 볼 수 없어 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해상에서 30노트는 상당히 빠른 속도다. 일반 화물선 속도가 15노트 정도이고, 화물선 중에서 가장 빠르다는 컨테이너선도 최대 25노트, 보통은 20노트 정도의 속도로 운항한다.
이처럼 소형선박 사고가 빈번지면서 ‘소형선박 면허제도’ 도입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는 공감하지만, 전체적인 면허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이해당사자들과 충분히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안전측면에서 보면 면허제도 도입이 필요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업인의 반대로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며 “어업인의 반발을 감안, 시험없이 일정시간 교육만 받으면 발급되는 간이면허제도 도입도 방법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교육을 통해 △선박운항에 필요한 기본적인 항법 △장비조작 방법 △안전사고 관련 정보 등을 제공하면 사고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박 원장의 판단이다.
그는 “내부적으로 논의를 거쳐 실효성이 있다면 관련 정책부서와 협의할 계획”이라며 “해심원에서는 현재는 5t미만 어선이 사고가 나도 면허가 없어 특별한 행정처분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사고예방 차원에서 일정시간 교육을 이수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선박사고 원인은 ‘졸음운항‧경계소홀’···보조장치 마련해야
지난해 해양사고로 145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는데, 대부분의 선박사고 원인은 인적과실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발생한 사고 역시 90%가 인적과실에 의한 것이었다.
특히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건(22명 실종) △영흥도 낚시어선 충돌사고(15명 사망) 등 대형사고가 발생, 인명피해가 늘었다. 인명피해는 주로 선박 충돌이나 침몰, 전복 등의 사고에서 발생한다.
박 원장은 “△졸음운항 △주의경계 소홀 △기본적인 항법 무시로 사고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늘고 있다”며 “영흥도 낚시어선 사고도 두 선박이 주의경계를 철저히 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사망사고 원인이 대부분 졸음운항, 경계소홀 등 개인과실이어서, 해수부 등 정부도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 제도적인 문제점은 개선하면 되지만, 인적과실을 줄이는데는 각자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박 원장은 “선박을 운항하는 분들이 사고예방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졸지 마세요'라고 한다고 졸지 않는 것도 아니고, '주위를 잘 보세요'라고 강조해도 주위경계를 갑자기 잘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개개인이 안전의식을 높이는 홍보활동 및 교육을 지속해야 한다. 또 중장기적으로 운항 중 졸 경우, 자동으로 경고음이 울리는 장치를 설치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영흥도 낚시어선 사고 등 특별조사 착수
해심원은 중요한 사건에 대한 특별조사도 벌인다. 특별조사는 평균 6개월 이상 세부적으로 진행된다.
현재 해심원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건 △영흥도 낚시어선사고 △제11 제일호와 근룡호 어선 전복사건 등에 대한 특별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스텔라데이지호는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1호 민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브라질에서 중국으로 철광석을 운반하는 14만t급 대형 벌크선이다. 좌현(왼쪽)에서 침수가 발생, 5분 만에 완전히 침몰됐다.
해심원은 지난해 4월 특별조사부를 구성, 생존자인 필리핀 선원 2명에 대한 조사와 선박검사기관 및 선사 등 사고 관련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마쳤다.
박 원장은 “여러 침몰시나리오에 대한 시뮬레이션 용역을 수행하고 있다”며 “다만 심해장비가 투입되면, 그 결과를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특별조사 결과 보고서 발표는 늦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은 국제협약에 따라 조사해야 한다”며 “국제협약은 최종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 사고조사 내용을 외부에 발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처벌 목적으로 사고조사를 할 경우, 사고 관련자가 불리한 내용을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에 어려움이 있고, 결국 정확한 사고방지대책 도출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각종 홍보물 등 사고예방을 위한 노력 필요
해심원은 해양사고 조사와 심판 외에도, 해양사고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월 해양사고 예방 포스터를 제작,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것도 해심원의 역할 중 하나다.
매년 사고사례집, 사고예방 관련 동영상을 제작해 수협 등에서 어업인 교육시 활용한다. 올해는 낚시어선 사고사례와 레저선박 사고사례도 팸플릿으로 제작, 레저선박 및 낚시어선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 원장은 “선박침몰과 같은 비상상황시 선장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인명피해가 늘어날 수도 있고, 줄 수도 있다”며 “중대한 사고발생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장의 비상대응 매뉴얼도 제작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재임 기간 중 체계적으로 사고예방 대책을 논의할 시스템을 정착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해심원은 해양사고 조사·심판을 통해 다수의 사고사례를 축적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과거 사고사례를 검토하며 매주 사고방지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체적인 사고사례를 기반으로, 사고예방 대책이 활발히 논의될 경우, 다양하고 창의적인 사고방지대책이 발굴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박준권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은
=▲1962년 ▲경남 진주 ▲진주고 ▲성균관대 ▲위스콘신대 대학원 석사 ▲해양수산부 항만국 항만건설과장 ▲마산지방해양항만청장 ▲해양수산부 항만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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