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전화로 만난 여태명 교수는 "대학에 있다 보니까 후배들이나 제자들을 위해서 책을 쭉 써 왔는데, 민체를 정립하고 서체를 정리해서 책을 시리즈로 만들려고 한다"라며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국가나 공공기관이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남북정상회담 때 기념식수 표지석을 쓴 것으로 알려져 이슈가 됐지만 이번 기회로 한국의 서예 현실을 직시하고 다시 한번 후배들을 위해서 할 일을 찾았다.
여태명 교수는 "현재 원광대학교 서예문화예술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이 2명, 남학생 1명 여학생 1명이 있는데 그들을 졸업시키면 우리과는 없다"고 털어놨다.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표지석 의뢰를 받고 3가지 안을 제시해 달라고 했을 때 그는 자신의 '평생지기'를 맨 마지막에 넣었다.
"한글에서 훈민정음은 빠질 수 없어서 훈민정음과 용비어천가의 서체를 혼합형으로 써서 1안을 결정짓고, 조선 후기에 가장 유행했던 나무판에 새겨서 찍어낸 판각본을 2안으로 선택했다. 마지막 3안은 민간인들이 자유스럽게 썼기 때문에 자유분방하고 개성이 독특한, 제가 평생 연구해오고 있는 민체를 포함했다"
하늘도 도왔는지 청와대에서도 3안인 민체를 선택했다.
여 교수는 "세 가지 안을 보내면서 훈민정음 서체가 선정돼도 좋겠지만 내심으로 기왕이면 민체가 됐으면 참 좋겠다는 욕심이 있었다" 며 "다행히도 '3안으로 결정됐습니다'라는 통보를 받고 평생 연구해왔던 업적을 드러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북한에는 민체가 없다. 하지만 여 교수는 민체를 통해 그 자유분방한 에너지로 남과 북이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
"나중에 남북의 국민이 왕래하고 관광객들이 표지석 자리에서 남과 북의 지도자처럼 기념사진을 찍을 것이다. 그때 민체를 보고 기운을 받아서 남북의 화해가 되고 평화의 길로 가는 조그만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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