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가 국내 복귀 후 두 번째 댄스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번엔 일명 ‘먼지털기 춤’이었다.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 역전 당해 준우승에 그쳤던 아쉬움을 털어낸 후련한 춤사위였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는 ‘장하나의 국내 복귀’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카드를 반납하고 깜짝 복귀를 선언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단지 ‘가족과 함께 국내 무대에서 뛰겠다’는 소박한 꿈을 몸소 실천했다.
장하나의 국내 복귀는 KLPGA 투어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랐다. 장하나는 ‘대세’ 이정은6의 질주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 장하나는 19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 없이 준우승만 3차례 기록했다. ‘톱10’ 진입은 9차례 있었지만, 컷 탈락의 아픔도 두 번이나 겪었다.
미국 무대에 익숙해져 한국 잔디가 낯선 탓이었을까. 올해는 달랐다. 장하나는 3월 11일 끝난 한국투자증권 챔피언십에서 복귀 후 첫 우승을 일궈냈다. 우승에 대한 부담을 씻어낸 장하나는 내친김에 또 우승을 추가했다. 올해 첫 ‘다승자’ 신고다.
장하나는 지난 29일 경기 양주시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 산길·숲길 코스(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 크리스 KLPGA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에서 4라운드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공동 2위 최혜진과 김지영2(이상 12언더파 276타)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올 시즌 첫 2승 고지를 밟은 장하나는 KLPGA 투어 통산 10승을 채웠고, 메이저 대회 우승도 3회로 늘렸다. 또 이 대회 우승상금 2억원을 받으며 상금랭킹 1위(3억9282만5000원) 자리도 굳게 지켰다.
이날 마지막 18번 홀(파4) 챔피언 퍼트를 성공한 장하나는 전매특허 ‘댄스 세리머니’를 펼쳤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역전 당해 준우승에 머문 데 대한 한풀이였다. 장하나는 “작년에 준우승을 훌훌 털어버린 것 같아 기쁘다”며 “그래서 세리머니로 ‘먼지털기 춤’을 췄다. 올 시즌이 더 기대되는 우승인 것 같다”고 감격을 누렸다.
장하나가 다시 일어선 결정적 이유는 ‘멘털’이다. 장하나의 캐디도 “우승 안 해도 좋으니 치고 싶은 대로, 다른 선수 생각 말고 한 번 쳐봐”라며 등을 떠밀었다. 장하나도 ‘나만의 싸움이다’라고 다짐했다.
“작년에 부담이 커서 내 플레이를 못했다. ‘복귀했으니까 우승해야지’라는 조급함에 불안하기도 했고, ‘내년 시드 걱정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다. 생각을 바꾸고 어린 선수들보다 더 많이 연습하려고 했다. 그런데 올 시즌 첫 우승을 하면서 ‘나 아직 살아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하나는 새로운 코치를 만나면서 송곳 아이언 감을 찾았고, 샷의 메커니즘도 새로 깨달았다. 또 전성기 시절 클럽으로 바꿔 마음도 편해졌다. 혹시라도 나태해질까, 주위에서 놀랄 정도로 끊임없이 연습으로 채찍질을 하고 있다. 장하나는 “모든 게 조화롭게 잘 흘러갔던 것 같다. 운동하는 것, 먹는 것, 노는 것 등 모든 일들을 대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장하나는 올해 두 가지 목표가 있다. KLPGA 투어 30개 대회를 채우면서 5승 이상을 수확해 전관왕에 도전하는 것이다. “아직 미국 대회가 그립긴 하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왔으니까 한국에 집중하는 것이 맞는다. US여자오픈도 포기했다. KLPGA 투어 대회에 더 뛰면서 못 이룬 2개 메이저 우승을 하고 싶다. 특히 아쉽게 우승하지 못했던 한화 클래식 우승이 탐난다.”
장하나는 멘털 코치가 없다. 유쾌한 성격만큼 정신력도 강하다. 대회를 치르면서도 늘 밝은 표정을 잃지 않고,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한다. 그게 장하나의 매력이다. 장하나는 “요즘에는 내가 원하는 목표에만 집중하다 보니까 대회 전에 부담이 별로 없다. 목표대로 쳐서 우승하면 하늘의 뜻”이라며 시원하게 웃은 뒤 “스트레스도 춤추면서 풀고 있다”고 더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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