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을 하면서 '무엇을 위해 해야 하는가'라는 기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최고의 디자인과 기능을 갖춘 실용적인 건축물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여기에 사람을 위한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것 또한 건축 분야의 목적이다.
사람을 위한 건축물을 만든다고 해서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상업적인 공간은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이라서 장애인 및 비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건축한다.
그러나 단독주택을 짓거나 특정 건축주를 지정하지 않고 건축물을 지을 경우, 정해진 공간 안에서 만들기 때문에 장애인이나 노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은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어도 디자인에 따라 최고의 건축물로 판단한다. 또 건축대상을 받았다고 광고를 하기도 한다.
유명한 건축가의 디자인에만 시선이 쏠리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모든 사람을 위한 배려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실제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스타벅스도 마찬가지다.
대도시에서 주유소를 운용하던 자리에는 현재 2층짜리 스타벅스가 많이 입점했다. 주유소에서 스타벅스로 탈바꿈한 매장이 전국적으로 50여곳에 달할 정도다.
스타벅스는 브랜드 가치가 높아 상권이 조성된 경우도 있지만, 최근에는 건물 자체를 스타벅스 타워로 짓는 경우도 목격된다. 스타벅스가 국내시장을 장악한 데는 안정적인 임대수익에 따른 임대인의 선호도가 한몫했다.
여기서 스타벅스라는 브랜드 가치로 인해 무조건 좋은 건축물이라고 신뢰하는 건 아닌지 돌이켜봐야 한다.
커피와 다양한 음료, 음식까지 구비해 많은 사람이 좋아하지만 건축 측면에서 훌륭하다고 볼 수 없다.
우선,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은 곳이라는 인상을 준다. 장애인 전용주차장을 만들어 놓고, 화장실은 거의 대부분 2층에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 돼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1층이 화장실을 만들기에 여러 모로 공간의 제약을 받을 수 있지만, 스타벅스조차 모든 사용자에 대한 직관적인 배려를 잃은 듯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식하지도 못하고, 사소할 수도 있는 디테일이 스타벅스에서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당초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곳이라는 개념을 지양했다. 커피를 파는 곳으로 한정하기보다 문화와 공간을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국내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역시 스타벅스를 경쟁자로 정하고, 상당 부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대명사 격인 스타벅스가 지금은 고객에 대한 배려를 차츰 잊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난 12일에도 디테일을 미처 챙기지 못하는 스타벅스의 또 다른 얼굴이 드러났다. 미국 필라델피아 스타벅스 매장에서 흑인 남성 2명이 느닷없이 경찰에 연행됐는데, 스타벅스 직원이 이들을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영문도 모른 채 이들이 경찰에 끌려가는 동영상까지 나오며, 인종차별에 대한 사회적인 분노가 확대됐다.
모든 매장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느덧 고객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사라지고 수익만을 좇는 기업이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럽다.
스타벅스가 지금이라도 장애를 갖고 있거나 인종이 다르거나 또 다른 차별된 약점이 있어도, 모든 고객을 끌어안을 수 있는 편안한 문화의 공간이길 바란다.
또 그 공간에서 고객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창의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강점인 디테일을 복원해 주길 바란다.
이제는 스타벅스가 규모의 경제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나가고 있지만, 1호점을 개장할 때의 초심을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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