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내달 2일 북한을 방문한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고 한반도 비핵화 여정에 시동이 걸린 중요한 시기에 북한과 소통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 외교부는 30일 홈페이지에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고 "이용호 북한 외무상의 초청을 받아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오는 2일부터 이틀간 북한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왕 부장의 이번 방문은 남북정상회담이 끝나고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의미가 크다. 이에 왕 부장이 이 외무상과 만나 남북한 정상이 거둔 성과를 정리하고 북·미 정상이 논의할 비핵화 구상의 틀을 잡는데 집중할 것으로 점쳐진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방북 일정과 주요의제에 대한 사전 조율도 이뤄질 전망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3월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깜짝' 베이징을 방문해 시 주석과 만났다. 당시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 북한 방문을 제안했고 시 주석은 이를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언론은 6월 초 시 주석이 북한을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왕 부장이 발빠른 행보를 보이면서 북·중정상회담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열릴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쑹타오(宋濤) 대외연락부장이 아닌 왕 부장이 나선 것도 주목할 포인트다. 이는 북·중 관계 개선 차원을 넘는 의미를 두고 있다는 뜻으로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중국이 배제되지 않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됐다.
중국은 남북 정상이 27일 '판문점선언'에서 정전협정에서 평화협정으로 나아가기 위해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회담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자 기대감과 우려를 표했다. 중국이 포함될 수도 또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0일 중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이 한반도 평화협정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중국이 배제될 가능성을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중국이 낄 틈이 없을 수 있다는 것.
장롄구이(張璉瑰)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중국이 한국전쟁의 끝을 알리는 평화협정 체결에는 참여하겠지만 협상 과정에서는 빠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최근 중국이 '중국책임론'을 언급하는 미국을 대상으로 "북핵은 중국이 아닌 북한과 미국이 대화로 풀어야할 문제라고 강조해온 영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중국은 한반도에 찾아온 봄을 반기면서도 '배제' 가능성을 우려하며 복잡한 심경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잇따라 강조하는 것이 불안감을 반영한다.
중국 외교부는 판문점 선언이 있었던 지난 27일 담화를 통해 "남북 정상이 한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데 힘이 되는 성과를 거뒀고 중국은 이를 환영한다"면서 "관련 당사국이 최근의 흐름을 유지하고 단결해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길 바라며 중국은 계속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해법으로 제시한 쌍궤병진(雙軌竝進,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한과의 평화협정 동시추진)과 쌍중단(雙中斷,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군사훈련 동시 중단)도 계속 언급하고 있다.
앞서 중국 인민일보 등 관영언론은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귀중한 신호라고 환영의 뜻을 보이면서 최근의 정세 변화가 중국의 쌍궤병진·쌍중단 해법의 효과와 중요성이 입증됐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왕 부장도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정세 관련 질문에 "평화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중국의 일관되고 분명한 입장"이라며 "관련국이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해결하고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길 바란다. 각국은 쌍궤병진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공을 넘겨 받은 북·미 정상회담은 5월 말 개최가 유력시되고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미시간주 워싱턴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북·미 정상회담이 3~4주 이내에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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