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골프 전 세계랭킹 1위가 드디어 오랜 슬럼프에서 벗어났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14승 이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가 21개월 만에 감격의 우승을 누렸다.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흥이 넘치던 리디아 고는 우승 직후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내듯 눈물을 쏟았다.
리디아 고는 3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레이크 머세드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메디힐 챔피언십(총상금 15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4개로 1타를 줄여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를 쳤다.
리디아 고는 호주 교포 이민지와 공동 선두로 4라운드를 마감한 뒤 연장 접전 끝에 극적인 챔피언 이글 퍼트로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2016년 7월 마라톤 클래식 우승 이후 1년 9개월 만에 정상에 오르며 투어 통산 15승째를 달성했다. 우승상금은 22만5000 달러(약 2억4000만원)다.
3라운드까지 1타 차 단독 선두였던 리디아 고는 최종 라운드 초반 6번 홀까지 보기만 3개를 적어내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선두 자리도 제시카 코다(미국)에게 내줬다. 하지만 리디아 고는 7번 홀(파4)에서 버디로 분위기를 반전시킨 뒤 10번 홀(파4)에서 다시 버디를 잡아 단독 선두에 올랐다.
코다는 퍼트 난조로 타수를 잃으며 우승 경쟁에서 서서히 멀어졌다. 그 사이 이민지가 무서운 기세로 추격했다. 13번 홀까지 2타를 줄이며 선두 경쟁에 나선 이민지는 리디아 고와 엎치락뒤치락 선두 싸움을 벌였다.
리디아 고와 이민지는 나란히 위기를 넘기는 환상적인 칩샷과 벙커샷으로 뜨거운 접전을 펼쳤다. 리디아 고는 13번 홀(파4)에서 칩샷이 그대로 홀에 들어가 버디를 잡았고, 이민지는 17번 홀(파3)에서 벙커샷을 역시 홀에 바로 넣어 버디로 위기를 벗어나 공동 선두에 올라섰다.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도 나란히 버디로 맞받아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갔다.
18번 홀에서 계속된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리디아 고의 샷이 더 예리했다. 리디아 고는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홀 1m 가까이 붙였다. 이민지는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으나 까다로운 버디 퍼트를 먼저 성공했다.
이젠 리디아 고 차례. 이글 퍼트를 남겨둔 리디아 고가 실패하면 두 번째 연장으로 향해야 했다. 리디아 고는 침착하게 이글 퍼트를 성공해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두 교포가 펼친 명승부였다.
특히 리디아 고는 2014년 4월 스윙잉 스커츠 클래식에서 프로 전향 후 첫 우승을 이룬 ‘약속의 땅’ 레이크 머세드 골프클럽에서 오랜 부진을 씻는 우승을 일궈내 감격이 더했다.
한국 선수들의 성적은 부진했다. ‘톱10’에 한 명도 들지 못했다. 유소연, 이미향, 신지은이 나란히 3언더파 285타로 공동 18위에 올랐고, 세계랭킹 1위 박인비(30)는 이븐파 288타로 공동 31위에 머물렀다. 세계랭킹 2위 펑산산(중국)이 8언더파 280타로 공동 3위의 성적을 내 다음 주 세계랭킹 변화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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