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이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어깃장을 놓은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도 상법 개정을 거들고 나섰다. 외국계 자본만 배를 불릴 것이라는 지적이 늘어나는 이유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얼마 전 집중투표제와 다중대표소송제에 찬성한다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 검토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국민연금도 의결권 행사지침을 고쳐 집중투표제에 찬성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
정부는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애초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었던 2012년 대선 당시에도 여야 대선후보는 앞다퉈 상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20대 국회에서는 13건에 달하는 상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모든 법안이 상임위원회조차 못 벗어나고 있다. 경영권 방어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아서다.
가장 큰 쟁점은 집중투표제 도입이다. 이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1주당 의결권을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 부여하는 제도다. 1주 1의결권 원칙을 깨는 이 제도는 소수주주에게도 이사선임권을 보장해줄 수 있다.
정부는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인 상장사에 한해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안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당론으로 발의한 상법 개정안과 채이배(바른미래당) 의원안, 노회찬(정의당) 의원안도 모두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담고 있다.
그러나 재계는 "외국 자본이 우리 기업을 먹잇감으로 삼을 수 있다"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수 기업이 적대적인 인수·합병(M&A)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엘리엇이 "정관에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조항을 없애달라"고 현대차그룹을 압박하면서 이런 우려는 현실화됐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국가는 많지 않다. 칠레나 러시아, 멕시코뿐이다. 미국은 7개 주에서만 의무화했다.
다중대표소송제도 논란거리다. 이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를 상대로 소송할 수 있는 장치다.
황현영 국회입법조사처 연구원은 "대기업집단 계열사 다수가 비상장사라는 점을 감안해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라며 "하지만 자회사 주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도 쟁점이다. 감사위원을 맡을 이사를 다른 사내·외 이사와 분리해 뽑는 것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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