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담백하고, 예의가 바르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인상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30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첫 공식회의인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참모들에게 정상회담 뒷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 대해 “예의가 바르다”고 얘기하자, 주영훈 청와대 경호처장은 즉석에서 몇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했다고 한다.
<친절한 정은씨>
두 정상 내외가 '평화의 집' 로비에서 만찬장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데,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이 먼저 오르도록 손짓으로 정중하게 안내했다.
그런데 리설주 여사가 뒤이어 탑승하려고 몸을 내밀자, 김 위원장이 리 여사의 손을 슬며시 재빠르게 잡아 끌며 김정숙 여사가 먼저 들어가도록 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간 개설된 핫라인에 대해 김 위원장이 "정말 언제든 전화를 걸면 받는 것이냐"고 묻자, 문 대통령은 "그런 건 아니다"면서 “서로 미리 사전에 실무자끼리 약속을 잡아놓고 전화를 걸고 받는 거다”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또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한반도신경제구성이 담긴 책자 및 프레젠테이션(PT) 자료를 이동식저장소(USB)에 담아 전달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남·북·러 에너지 협력 및 발전소 협력 방안이 담긴 이 자료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하면서 10·4선언 이행과 남북 경제협력(경협) 이행을 위한 공동 조사연구를 시작되기를 기원한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보다리 밀담 “김정은, 묻고 문 대통령 대답”>
문 대통령은 도보다리 친교 산책 당시 발전소를 언급했다는 보도와 관련 “내가 구두로 그걸 논의한 적은 없다. 다만 김 위원장에게 자료를 하나 넘겼는데, 거기에는 담겨 있다’고 했다”고 이 관계자는 소개했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기 기다려야 하는 것들은 여건들이 갖춰지기를 기다리고, 대북제재와 관련 없는 것들은 당장 실행해 나가자는 의미”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문 대통령이 도보다리 산책에서 대화를 나눌 때 대화에만 집중하느라 주변을 돌아볼 수 없었는데, 청와대에 돌아와 방송을 보니 내가 봐도 보기가 좋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정말 조용하고 새소리가 나는 광경이 참 보기 좋았다”며 “비무장지대를 잘 보존하면 결과적으로 큰 자산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북한의 시간 조정은 남북 정상회담 당일 김 위원장에 의해 전격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임종석 비서실장은 김 위원장에게서 처음 그 제안이 나왔을 때 김여정 제1부부장을 바라보며 물었더니, 김 부부장 역시 ‘저도 여기서 처음 듣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희호 여사가 보내온 축전 말미에 ‘노벨평화상을 받으시길’이라고 쓰여있자, “노벨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야 하고,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농구 마니아' 김 위원장>
김 위원장은 회담에서 "'경평축구'보다는 농구부터 (교류)하자"라며 "세계 최장신인 리명훈 선수가 있을 때만 해도 우리(북한)가 강했는데, 리 선수가 은퇴한 뒤 약해졌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제 남한에 상대가 안 될 것 같다"며 "남한에는 2m가 넘는 선수들이 많죠"라고 물었다고 문 대통령이 떠올렸다.
전직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데니스 로드먼이 이제까지 북한을 다섯 차례 방문해 김 위원장을 두 번 만난 것 역시 농구에 대한 김 위원장의 '애정'을 잘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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