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이후]영변엔 관련 건물만 390개...폐기과정 어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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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숙 기자
입력 2018-05-0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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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자로 2기, 원자력발전소 3기 등 15개 대부분 영변에 집중

  • 핵 실험장 폐쇄 공개 현장, IAEA 관계자가 참석 가능성

2018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실험장 폐쇄를 약속하고, 그 과정을 전 세계에 공개하기로 하면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쇄 수순이 재조명되고 있다.

일단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전기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호평을 받고 있지만, 과거 북한의 핵 협상 파기 역사로 미뤄 김 위원장의 핵실험장 폐쇄에 대한 의혹은 쉽사리 떨쳐버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실제 이행 여부다. 현재까지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의 내용과 이행 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이 없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어떤 곳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은 북한이 1~6차 핵실험을 실시한 곳이다. 북한 '핵 무력 개발'의 상징이다.

북한은 1차 핵실험(2006년)을 1번 갱도에서 진행했다. 하지만 1번 갱도는 핵실험 이후 무너져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2~6차(2009~2017년) 핵실험은 2번 갱도에서 진행됐다.

지난해 6차 핵실험 이후 2번 갱도 주변에서 10여 차례 지진이 발생하는 등 붕괴 조짐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건재하다'고 밝힌 갱도는 풍계리 3~4번 갱도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풍계리 3번 갱도는 완성단계로,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게 한·미 정보 당국의 분석이다.

4번 갱도는 최근 북한이 6차 핵실험 이후 굴착 공사를 하고 있다.

◆폐기 선언··· 현실성 있나

풍계리 핵실험장은 이미 폐쇄 수순을 밟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28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복수의 북한 관계 소식통의 말을 인용, "이달 초 핵실험장 주변에 주둔하는 북한군 19연대에서 갱도 굴착작업을 하는 4개 대대 중 2개 대대에 이동 명령이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19연대의 인력은 1000여명 수준인데, 이동명령이 이행되면 150명가량의 기술대대와 70명의 경비대대만 남는다.

신문은 그러나 핵 폐기까지 최소 10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소개했다. 사실상 북·미 관계가 악화된다면 실험을 재개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폐기 대상인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크게 핵 시설과 핵 물질(폭탄), 미사일 등 세 가지다.

이 중 확인된 핵 시설은 평안북도 영변의 원자로 2기, 원자력발전소 3기 등 크게 15개다. 대부분이 영변에 집중돼 있다.

가장 우선적인 폐기 대상은 영변의 5㎿ 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실(재처리 시설), 우라늄 농축 시설, 핵연료봉 제조 시설 등이 꼽힌다.

최근 가동 징후가 위성사진에 포착된 영변 핵단지의 신형 실험용 경수로도 폐기 대상에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영변의 핵 관련 건물만 39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지금까지 확보한 핵물질은 플루토늄이 40~50㎏인 반면, 고농축우라늄은 600~700㎏ 이상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지금도 영변 우라늄 농축 시설(원심분리기 2000개)과 다른 지하 비밀장소에서 농축우라늄을 생산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찰도 쉽지 않아

한·미가 목표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위해서는 북한에 숨겨진 시설을 포함해 완전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는 북한의 지난 20년간 핵협상 파기 전례에 따른 우려다.

과거 △북·미 제네바 합의 △9·19 공동성명 △2·13 합의 등 굵직한 핵협상이 이뤄졌지만 북한은 결국 핵·미사일 개발에 전념해 왔다.

북한은 2008년 6월 북핵 활동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지만, 1년도 안 돼서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당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기로 하자, 북한이 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이는 차원에서 한 일종의 이벤트였다. 하지만 이듬해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와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한은 이처럼 협상에서 핵 동결과 경제 지원을 맞바꾸는 보상조건을 내세운 뒤, 이후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하고 핵·미사일 개발을 재개했다.

이를 두고 북한의 숨겨진 핵시설을 포함한 핵물질·핵폭탄 폐기, 원자로 사찰 정례감사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최근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북한이 핵 실험장 폐쇄 공개 현장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계자가 참석할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밝혔다.

공식 발표는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에 공개하는 것으로 했지만, 김 위원장과의 대화에서 '국제 관련 전문가'라는 용어도 나왔다는 것이다.

IAEA는 대표적인 핵사찰 전문 국제기구로, 2차 핵실험 직전인 2009년 4월 철수 명령이 내려지기 전까지 북한에 상주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의지의 진정성을 드러내는 것이 목적인 만큼, 공인된 국제기구의 검증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이 IAEA 사찰을 수용한다면, 일단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의 첫 출발은 순조로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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