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해 중국 선전 출장길에 올랐다.
지난 3월 말 유럽과 캐나다를 잇달아 방문한 데 이은 두 번째 해외 출장으로 삼성전자의 신성장동력 확보에 나선 것이다.
이는 1년여간의 경영공백에 무너진 삼성전자의 해외 네트워크를 조속히 회복하려는 움직임으로 이 부회장이 사실상 본격적인 경영일선 복귀를 선언한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감이 실린다.
◆ 삼성반도체‧디스플레이 사장단과 중국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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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중국 광둥성 선전에 방문하기 위해 출장길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에는 삼성전자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장인 김기남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진교영 사장, 강인엽 사장 등 반도체 사업의 주요 경영진과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동행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의 이번 중국행은 지난번 유럽·캐나다 출장 때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경영 행보 차원이다.
특히 아시아 첫 출장지로 중국을 택한 것은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주력 수출 부문의 주력 시장으로 중요도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관련한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지난해 반도체 수입액은 2000억 달러 규모로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의 59%가 중국으로 모인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비중은 67%(563억 달러)로 의존도가 높다.
중국 정부는 직접 반도체 개발을 지원하고 나섰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대변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부품이 바로 반도체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만든 국유펀드인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는 이미 1차로 1400억 위안(약 23조6800억원)을 조성해 중국 상장기업 20여 곳에 지원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반도체 산업에서 초(超) 격차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당분간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는 경쟁자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올 하반기 중국이 낸드플래시 및 D램 양산을 준비하고 있어 향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하락할 것으로 전망 돼 삼성전자는 반도체 산업에 있어 경쟁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 밖에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 기간에 BYD를 비롯한 중국의 글로벌 기업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BYD는 직원 수만 22만명에 달하는 거대 기업으로, 전기 자동차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으며 IT용 부품, 배터리 등도 만들고 있다.
◆ ‘미래 먹거리’ 발굴…해외 네트워크도 복원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석방 이후 삼성 창립 80주년, 주주총회 등 잇단 행사에도 공식적인 자리에 얼굴을 비치지 않고 있지만, 잇단 해외 출장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의 경영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은 전날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그룹의 총수(동일인)를 이건희 회장에서 이 부회장으로 변경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이튿날 이뤄진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이 부회장은 검찰 수사와 비판 여론 등으로 행보가 자유롭지 않은 상황을 감안해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쓰는 모양새다. 이와 함께 약 1년간의 수감기간 동안 챙기지 못했던 해외 네트워크 복원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 해외 사업의 중요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매출의 80%가량이 해외에서 나온다. 전체 임직원의 70%가 해외에서 일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의 생산·판매 조직이 꾸려져 있는 국가는 80여개국에 달한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재판이나 정치적 상황으로 경영활동에 전면적으로 나서기에는 운신의 폭이 좁다"며 "구속 수감 이전에도 업무의 대부분이 글로벌 사업과 관련된 것이었는데 앞으로도 글로벌 경영인으로서의 입지를 넓히기 위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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