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심구섭 이산가족협의회 대표,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자료사진]
남북이 '판문점 선언'에서 이산가족상봉행사를 오는 8월15일 전후 개최하기로 잠정 합의하면서,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한반도 프라이카우프'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프라이카우프는 독일 통일전 동·서독이 서로 정치범과 외환·물자를 교환한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이명박 정권때부터 남북 이산가족 문제 해법으로 거론돼 왔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우리 사회가 우선순위를 무엇로 보는 지가 중요하다"며 "'이산가족이 한 명이라도 더 많이 봐야 한다'는 인도적 접근이 경제적 이득보다 우선순위라면 우리가 돈을 주고라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경제적 이득보다 인도적인 측면을 중시한다면, 문제해결에서 비용이 들더라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북한이 얻는 경제적 이익만 보고 무조건 반대할 게 아니라, 우리나라가 얻게 되는 이익을 따져봐야 한다"며 이산가족상봉 문제에 있어 항상 거론되는 '경제적 비용'을 새로운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생사확인이 된 후에는 돈을 지불해야 하면 지불해서, 일단 되는 것부터 무조건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반도 프라이카우프'라는 명칭은 지난해 4월 당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집에도 실린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상봉을 신청한 이산가족 6만명 전원에 대해 전체 상봉을 목표로 북한에 대한 병원 건립 등 인도적 지원과 교환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이 명칭을 사용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통해 발표된 '100대 국정과제'에서 이 명칭은 빠졌다.
또 이산가족 생존자 가운데 대다수가 80대 이상의 고령인 만큼, 앞으로 이산가족간 만남·접촉을 정례화하고 제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우선 북측 이산가족의 생사확인이 이뤄져야 하며, 상시 대면상봉이 어려우면 서신 교환과 화상상봉을 통해 접촉면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1세대 이산가족 중 한 명인 심구섭 이산가족협의회 대표는 "90세 이상 실향민이 1만명이나 된다"며 "우선 북한에 있는 이산가족의 생사 확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등록 이산가족 수는 약 13만1531명이다. 그중 절반 이상이 이미 사망했고, 생존자 중 80% 이상이 80세 이상의 고령자다. 남북분단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이산가족의 고령화가 심화된 것이다.
그럼에도 통상 대면상봉 한 회당 남측 이산가족 100명만 헤어진 가족과 만날 수 있다. 심 대표는 "20차례의 과거 이산가족상봉행사를 통해 가족을 만난 남북한 이산가족 수는 3960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대면상봉의 숫자를 100명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숫자를 늘리고 (상봉을) 더 자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심 대표는 "생사확인이 이뤄진 뒤에는 서신 왕래를 해야 하고, 서신 왕래가 곤란하다면 엽서라도 상시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대면상봉이 어렵다면) 스마트폰을 통한 화상 통화라도 했으면 좋겠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실제 화상상봉은 지난 2005년부터 모두 7차례 진행된 바 있다. 남북에는 이미 20여 개의 화상 상봉장이 설치됐고, 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팀은 현재 사용하지 않아, 노후된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화상상봉과 관련, 이 교수는 "북측에서도 지정 장소로 모여야 하는 등 시스템상 쉽지않을 것"이라면서도 "과거 남북이 해본 경험도 있고, 통일부에서 이산가족의 영상을 녹화해 둔 게 있다"며 화상상봉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판문점 선언에는 이산가족 상봉행사뿐 아니라, 남북 민간교류 활성화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오는 8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2018 아시아경기대회에 단일팀을 구성키로 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먼저 '남북 농구대회'를 제안하며 남북 문화예술·체육 교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대화의 모멘텀이 계속 진행되면서 선순환 구조 이루면, 남북 민간교류에 문제가 없다"며 "돈 주고 하는 것만 아니면 경평 축구 등 스포츠 교류는 잘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신 연구위원은 "비핵화 문제가 해결돼야 남북 교류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며 비핵화의 결론이 나올 북미 대화에 따라 남북 교류의 전망이 바뀔 수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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