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中 외교부장 방북, 4자회담 판 깔기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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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8-05-0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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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년만 외교부장 방북, 180도 달라진 처지

  • 김정은 회동, '패싱론' 불식 물밑 논의 전망

  • 美 협상단도 뒤로 한채, 中 초조함 엿보여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사진=인민일보 ]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2일 급거 방북했다. 11년 만에 재개된 중국 외교부장의 북한 방문이다.

상황은 사뭇 달라졌다. 2007년 방북 때는 6자회담 테이블을 떠나려는 북한을 붙잡는 게 목적이었다면, 이번에는 미국과 비핵화 담판을 끝내려는 북한을 4자회담의 틀로 끌어들이는 게 지상 과제다.

남북과 미국 간 연쇄 회담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는 중국의 다급함이 엿보인다.

◇11년 만에 180도 바뀐 북·중 관계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일 북한에 도착했다. 왕이는 3일까지 평양에 머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 등을 만날 예정이다.

중국 외교부장이 북한을 방문한 것은 후진타오(胡錦濤) 정권 때인 2007년 7월 이후 처음이다. 11년의 간극을 반영하듯 방북의 목적은 완전히 달라졌다.

2007년 당시 양제츠(杨洁篪) 외교부장은 후진타오의 구두 친서를 전하며 북핵 폐기를 위한 6자회담에 미온적이던 김정일 노동당 총서기를 설득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북한은 2년 뒤인 2009년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제2차 핵실험까지 강행한 뒤 6자회담 불참을 공식 선언했다. 중국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이번에는 비핵화를 선언하고 한·미와 평화 회담을 벌이고 있는 북한을 구슬려 중국까지 포함하는 4자회담의 장을 만드는 게 핵심 목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27일 판문점 선언에서 나온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라는 문구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왕이의 임무"라고 보도했다.

지난 3월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에 따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답방 일정도 조율할 계획이다.

종합하면 남북과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배제될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왕이의 방북이 이뤄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시진핑의 방북 시점은 5월 중 개최될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 굳어졌다. 중국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남북·미 3자회담까지 종료된 뒤 시진핑이 북한을 찾는 것이다.

그동안 한반도 정세에 깊숙이 관여해 왔던 중국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일이다.

◇왕이 초단기 방북, 다급함 반영

왕이의 방북 시기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경제·통상 부문 대표단이 3~4일 중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미·중 간 무역전쟁의 향방을 좌우할 중요한 협상을 하루 앞두고 중국 외교라인의 핵심이 자리를 비우는 건 이례적으로 볼 수 있다.

왕이는 북한 수뇌부와의 면담을 신속히 마무리하고 미·중 협상이 본격화하기 전 귀국하는 초단기 일정으로 움직인다.

그만큼 중국이 북·중 관계 정상화와 북한에 대한 설득 작업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그동안 대북 연락책 역할을 했던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나 전 외교부장인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아닌 왕이가 방북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쑹타오와 양제츠는 공산당 소속인 만큼 중국과 북한 간 '당 대당' 대화 채널이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이나 4자회담 개최의 주체는 당이 아닌 중국 국무원이다.

국무원 소속의 왕이를 파견해 북한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중국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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