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방선거를 의식해서인지 수사가 다소 진전이 없었던 상황이지만 언론을 통해 여론이 악화되자 경찰도 책임 있는 자세로 수사에 임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지역사회 일부 인사들도 세종경찰서 정문 앞에서 수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당적으로 6월 지방선거에 세종시의원 후보로 출마한 A예비후보의 부인이 지난해 종촌복지센터내 한 시설에 계약직 사무원으로 채용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현재는 정규직으로 전환된 상태다.
A예비후보는 지방선거 출마에 앞서 이해찬 국회의원 지역구 보좌관을 지낸 인물이다. 사건의 정황상 그의 부인은 2016년 청탁을 통해 이듬해인 1월1일 채용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종촌복지센터 후원 사찰인 광제사 주지 원행스님이 당시 이정수 센터장에게 이해찬 국회의원 보좌관 부인이 입사지원서를 낼 것이란 사실을 알렸고, 특정할 수 있게 성씨와 나이대를 고지해 줬다는 것이 관계자의 증언이다.
요컨대, 공공기관의 경우 계약직 기간제 직원이 2년 간 근무일 수를 충족하면 자동 무기계약으로 전환된다. 때문에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는 정부의 시범사업 등 특별교부금(국가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을 추진하거나 총액인건비가 초과되지 않는 선에서 판단에 따라 일년에 한 번씩 재계약을 통해 무기계약 전환을 차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종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되는 종촌복지센터의 채용 기준은 어떨까. 공공의 성격을 띄고 있는 복지기관인 데다가 상위기관이 세종시청이고, 보조금 전액(연간 37억원 상당)이 지방비(세종시 자체예산)로 지원되기 때문에 상위기관의 채용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상황은 달랐다. 복지센터는 A예비후보 부인이 근무일 수 일년을 채우자 올해 1월 긴급 공개 채용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신분에 따른 특혜 의혹이 증폭되는 대목이다. 여기에는 지도·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세종시의 제재도 없었다.
조직도를 실펴보면 시설의 직제는 원장과 부장,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사무원, 운전원, 사회복무요원 등이다. 복지기관임에 따라 직책은 원장과 부장, 다음이 전문성을 요하는 자격증 소지자, 일반 평직원, 사회복무요원 등으로 구성돼야 한다.
그러나 A예비후보의 부인이 근무하는 시설은 조직도가 특이했다. 원장과 부장, 다음이 A예비후보 부인인 사무원 직책,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일반 평직원, 사회복무요원 순이다. 복지기관임에도 사무원이 조직도상 전문직 직원들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시설의 경우 직책에 따라 등재 우선 순위가 정해졌고, 전문 자격증 소지자, 일반 평직원 순으로 등재돼 있다. 신분에 따른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메세지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지역사회 복지기관 종사자들은 이 메세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조직도 상에서 전문성을 갖춘 자격증 소지자보다도 높은 위치에 등재된 것은 사실상 입사 배경의 차이가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세종시청 조직도의 경우 시장과 부시장, 기획조정실장, 국장, 과장, 계장, 주무관순으로 조직도가 구성되는 것이 상식이지만, 종촌복지센터 조직도 기준을 적용하면 시장과 부시장, 주무관, 기획조정실장, 국장, 과장, 계장순으로 조직 체계를 문란하게 만드는 우스꽝스러운 모양새다.
권력에 따른 신분의 도시 세종특별자치시. 자본 혹은 권력의 배경에 따라 우위가 가려지고, 이른바 흙수저들에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도시로 비춰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배경이 없다는 이유로 복지기관에서 쫓겨나는 상황이 이어져온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 좋은 인재들을 채용해 잘 운영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쉽지가 않네요. 이분들(청탁 대상자)이 오시게 되면 이분들의 부족한 역량을 다른 직원들이 채워야 하는 상황이라서..." 이상은 이정수 전 센터장이 재직 당시 무자격 직원채용 압력을 받으며 발언한 내용이다.
종촌종합복지센터 직원채용 인사외압 사건에는 공무원들의 직권남용이 이어졌고, 투명히고 합리적인 공적자금 집행이라는 원칙은 온데간데 없었다. 권력의 비호아래 그들은 그렇게 시민들의 세금을 월급으로 받아가고 있었다. 표면적으로 시민을 위한다는 일부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의 포퓰리즘에 위선의 관점을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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