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야구를 비롯한 국내 프로스포츠 몇몇 선수들이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사인을 하지 않기 위해 팬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거나 멀리 돌아가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예삿일이다. 부푼 기대를 갖고 오랜 시간 기다린 어린이 팬들의 손을 야멸차게 뿌리치는 몰지각한 선수들을 보면, 이들이 진정 프로 의식을 갖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반면 경기장에서 지나친 승부욕을 발휘하거나 거친 플레이를 일삼는 선수가 경기장 밖에서 팬들에게 친절히 응대하고 사인을 해 되레 호감을 사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사인을 해주지 않는 선수들도 나름대로의 사정은 있을 것이다. 장시간에 걸친 시합 이후 피로도 쌓였을 것이고, 만약 패배라도 했을 경우 즐거운 감정으로 사인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팬을 가장해 무례한 요구를 하는 경우, 스토커 같은 행동을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해 사인을 거부하는 선수들도 있을 것이다. 일부 선수들은 시합 종료 이후 팬들과 동선이 겹쳐 안전에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행동들은 팬들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범위 내에서 충분히 절충할 수 있다.
선수들이 부득이하게 사인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면 팬들에게 정중히 양해를 구하면 될 일이다. 안전이 우려된다면 굳이 동선이 겹치지 않는 별도의 장소에서 사인을 하면 된다.
문제는 '팬들은 귀찮은 존재'라고 생각하는 일부 선수들의 비뚤어진 의식이다. 선수들이 성적을 올리는데 앞서 생각해야 할 것은 프로스포츠의 존립기반이 팬들에게 있는 점이다.
선수들이 아무리 뛰어난 성적을 올린다 한들 관중석에 팬들이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본인들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 티켓을 구매해주고, 끊임없이 응원해주고, 커뮤니티를 형성해주는 존재들이 과연 누구인지를 선수들이 곱씹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선수들의 연봉은 구단이 줄지 몰라도 결국 그 구단을 지탱하게 만드는 힘은 팬들로부터 나온다. 속된 말로 선수들의 밥줄을 쥐고 있는 게 팬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일반 직장인들이 본인 회사의 고객들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가?
"너희들이 볼펜 한 자루라도 만들어봤냐? 너희들처럼 생산성 없는 공놀이를 하는 데도 대접받는 이유는 팬들이 있어서다. 팬들한테 잘해라."
과거 1990년대 한국 농구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최희암 전 연세대학교 농구팀 감독이 했던 말이라고 한다. 프로스포츠 선수들이라면 반드시 되새겨야 할 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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