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오는 6월 일몰을 앞두면서 찬반양론이 마지막까지 맞설 전망이다. 유료방송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예정대로 일몰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서 운명의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국회에서 합산규제 일몰 여부가 논의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방송법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상 케이블TV와 IPTV 등 특정 유료방송사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33%)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조치로, 오는 6월 27일 자동 폐지된다.
업계에서는 이 조항의 존속 유무에 따라 유료방송시장의 급격한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다. 합산규제가 예정대로 일몰될 경우, 점유율 상한제가 풀리면서 자연스럽게 유료방송시장 인수합병(M&A)이 점화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국회에서 이 문제가 제대로 다뤄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국회 과학정보기술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 법안심사소위원회 의원도 꾸려지지 못한 채 전체회의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지난달 임시국회에서 합산규제 원포인트 회의도 고려됐으나, 결국 불발됐다. 이달에도 임시국회가 제대로 진행될지 알 수 없는 시점에서, 합산규제 이슈는 쉽게 가닥을 잡지 못하고 의견만 분분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합산규제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며 무게추가 서서히 기우는 분위기다. 공정위의 입장이 사실이라면, 시장점유율 사전 규제는 사업자의 영업 활동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 가운데 유료방송 1위 사업자인 KT는 합산규제 일몰을 적극 희망하고 있다. 과기정통부의 유료방송시장 2017년 상반기 가입자 수 조사·검증 및 시장점유율 산정 결과에 따르면, KT군(KT·KT스카이라이프)의 합산 점유율은 30.45%로 나타나며 규제상한선에 근접해가고 있다.
KT는 지난 3일 올해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도 “플랫폼사업자 간 차별규제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특정사업자만 가능한 인수합병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정하고 미래지향적인 규제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케이블TV를 비롯한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은 일몰이 폐지되면 KT가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며 합산규제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케이블TV는 합산규제가 일몰될 경우, 위성방송인 KT스카이라이프만 일몰 규제 이전으로 복귀해 KT는 자회사를 통해 유료방송 가입자 점유 100%가 가능해진다며, 특정사업자의 독주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케이블TV 측은 합산규제 일몰로 인한 시장 독과점 방지를 막기 위해 비상동원체재를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성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은 “합산규제 일몰은 오로지 KT만을 위한 규제 완화에 불과하다”면서 “여야의원에게 우리의 입장을 충실히 전달하고, 남은 기간 동안 할 수 있는 방안은 모두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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