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서 터키까지 요동치는 신흥국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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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8-05-0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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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르헨·터키·러시아 통화가치 급락

  • 신흥국 빠져나간 자산 미국 달러 자산으로 모여

4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의 환전소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AP/연합]


최근 신흥국 자산 가격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미국의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신흥국에 투자했던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6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신흥국의 ‘6월 위기설’도 고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집계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페소는 지난 4월에만 달러 대비 5%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는 15% 미끄러졌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페소 하락을 막기 위해 지난 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33.25%에서 40%까지 인상했다. 간신히 급락세는 막았지만 여전히 페소에 대한 투자심리는 불안한 상황이다.

터키 리라화 역시 지난 한 달 동안 달러 대비 가치가 5.3% 추락하면서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올해 들어서는 11% 떨어졌다. 세계적인 신용평가사 S&P는 최근 터키의 신용등급을 정크 등급 중에서도 한 단계 더 강등해 리라 약세를 부채질했다.

아르헨티나와 터키는 특히 가장 취약한 상황으로 꼽힌다. 두 경제 모두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내고 있어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부채 상환을 위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능력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탓이다.

브라질 역시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에만 헤알 가치가 달러 대비 6% 이상 떨어졌다. 러시아 루블화는 미국발 경제제재 여파로 동기간 12% 이상 하락했다.

MSCI 신흥시장 주가지수는 4월에만 1.5% 떨어졌고, 신흥국 국채 가격을 추적하는 JP모건의 지수도 4월에만 3.6% 미끄러졌다. 글로벌이머징마켓(GEM) 채권펀드에서는 지난 2일까지 한주 동안 약 10억 달러(약 1조770억원)가 빠져나갔다고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는 집계했다. 2월 이후 최대 규모다.

이 같은 현상은 신흥국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한해 신흥국 자산은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으면서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올 초에도 달러 약세에 의지해 시장의 변동성을 버텨냈다. 그러나 최근 강달러로의 '패러다임 변화'는 규모가 크고 오래 지속되는 신흥시장의 매도를 촉발할 수 있다고 국제금융협회의 소냐 깁스 소장은 경고했다. 
 
실제로 신흥국에서 빠져나온 투자자들은 미국을 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올해 2.4%에서 3%까지 올랐다. 달러는 4월 중순 이후 주요 통화 대비 4%나 치솟았다. 모닝스타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채권 펀드와 ETF에는 3조 달러 가량이 투자됐다. 최근 5년 동안의 최고 기록이다.

런던 소재 리걸&제너럴 자산운용의 사이먼 에반스 신흥국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미국의 공격적인 외교 정책, 유가 상승, 달러 상승세는 신흥국 통화에 삼중고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2013년 미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하면서 시장이 요동쳤던 ‘긴축발작’ 수준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지난 수년 동안 신흥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과도하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세르지오 트리고 파즈 신흥국 채권 애널리스트는 FT에 올해 채권 발행을 계획하는 일부 신흥국들은 예상보다 더 높은 금리를 지불해야 하겠지만, 이는 오히려 고수익을 찾는 투자자들을 불러들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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