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진 한독 회장. [사진=아주경제 DB]
제약사 한독이 남다른 길을 걷고 있다. 신약개발 연구에 본격 뛰어든 제약업계와 달리 최근 주식 투자로 수익 실현을 시도하는 등 ‘투자사’로서의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독은 별도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88억1500만원으로 전년(6억원) 동기 대비 1384% 올랐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022억원으로 1.2% 줄고, 영업이익은 38억원으로 70% 증가한 것과 차이가 크다.
이같은 당기순이익 급증은 바이오업체 제넥신 지분 매도와 무관하지 않다.
앞서 한독은 2008년부터 제넥신 주주가 된 후 2012년 9월 약 330억 투자로 일부 지분을 인수하고 2014년 3월에는 제넥신 최대주주까지 올랐다. 그러나 최대주주로서 경영에 관여하진 않았다. 이른바 ‘파트너’로서의 관계를 유지했다.
이후 2015년 12월 24.6%였던 지분율은 2016년 12월 22.83%에 이어 지난해 12월 19.44%로 꾸준히 줄었다. 사실상 경영개입보단 주식을 통한 수익실현이 목적이었다는 것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지분율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올해에도 지난 2월 지분매도에 나서면서 2월말 기준으로 한독이 갖고 있는 제넥신 지분율은 18.79%까지 떨어졌다. 이 시점에서 한독은 지분 매도로 제넥신에 대한 300억원 투자원금을 모두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난해 말부터 제넥신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영향이 크다. 한때 4만원까지 밑돌았던 제넥신 주가는 최근 12만원까지도 올랐다. 지난 2월 말 한독은 제넥신 주식 390만 중 12만주를 모두 9만원대에 팔아 110억여원을 챙겼다.
한독은 주식 장사 외에도 해외업체와의 합작사 한독테바 설립, 의료기기 법인 한독칼로스메디칼 설립, 태평양제약(제약사업부)·일본원료업체 테라벨류즈 인수 등 외형을 키우는 데 공격적으로 자금을 투자해오고 있다.
반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신약 등 연구개발비 투자규모는 매해마다 매출액 5.5% 이하에 머물러 있다. 이전 2011년과 2012년을 포함하더라도 수년에 걸쳐 연구개발비는 매출액 5.5%를 넘지 않았다.
2년 전부터 녹내장 혁신신약으로 개발해온 HL3501은 여전히 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고, 제넥신과 공동개발 중인 소아·성인 성장호르몬 결핍증 치료제 HL2356도 2년 이상 머물러 있던 2상 임상시험 개발단계가 최근에서야 종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독은 해외 제약사 제품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다. 지난해 매출 중 33%가 이들 제품이다. 자체 제품으로는 지난해 총 550억원을 기록한 당뇨병약 ‘아마릴’과 ‘테넬리아’가 주력이다. 다만 품목 당 판매실적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일반의약품 진통소염제 ‘케토톱’ 제품군이 347억원으로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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