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청약시장이 정부의 잇단 규제로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아파트는 청약광풍이 일어나는 등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7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서 분양된 아파트 가운데 1순위에서 청약이 끝난 단지는 약 41%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전국에서 분양된 민영아파트는 총 128개 단지로 이 중 1순위 청약 마감된 단지는 41.4%인 53곳이다. 2순위에서 마감된 곳은 18개 단지(14.1%)였으며, 57개 단지(44.5%)는 2순위에서도 모집 가구를 채우지 못해 청약이 미달됐다.
이처럼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싸고 입지 여건이 좋은 곳에만 청약자들이 몰리고, 공급 물량이 많은 곳에서 분양된 단지에는 청약 미달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3일 1순위 청약을 받은 경기 하남 감일지구의 '하남 포웰시티'는 1순위 청약에서 2096가구(특별공급 제외) 일반분양에 총 5만5110명의 1순위 통장이 몰리며 평균 26.3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1680만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 청약자들이 대거 몰렸다.
서울에선 1~2억원의 시세 차익이 예상되는 강남구 '디에이치자이 개포'에 대해 정부가 청약 과열을 우려해 직접 위장전입을 조사하는 등 단속을 펼쳤지만, 3만1000여명의 청약자가 몰렸다.
지방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삼호가 대구 중구에서 분양한 '대구 e편한세상 남산'은 전용면적 84.86㎡ 70가구 모집에 4만6853명이 몰려 평균 669.3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 달 4일 분양한 대구 북구 복현동 '복현자이'도 251가구 모집에 4만3000여명의 청약자가 몰렸다.
반면 공급이 많았거나 입지 여건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곳은 같은 수도권이라도 청약이 미달됐다.
올 초 경기 김포시에서 분양된 ‘김포 한강 금호어울림 2단지’와 ‘동일스위트’, 남양주시 ‘별내지구 우미린 2차’ 등은 청약 마감에 실패했다. 이는 인근 지역에 신규 분양 물량이 많아 해당 지역 청약 통장이 몰리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중소 건설사들이 분양에 나선 제주도와 지역 경제가 침체기를 겪고 있는 경남 창원시, 미분양이 늘고 있는 충북 청주시 등에서 분양된 아파트들의 청약이 미달됐다.
한편 청약 경쟁률은 지난해보다 높아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국에서 총 4만7994가구가 분양된 가운데 65만479건이 접수돼 평균 13.6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공급(5만8742가구)은 줄었으나 청약 건수(62만7816건)는 늘었다.
특히 전용면적 85㎡가 넘는 중대형 단지의 청약 경쟁률이 높았다.
올해 분양된 전용면적 85㎡ 초과 아파트는 총 5561가구로 14만261건의 청약이 접수돼 평균 25.2대 1로 마감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14.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보다 높은 수치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이후 공급되는 투기과열지구 내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100%가, 청약조정지역 내(투기과열지구 제외) 중소형은 75%가 청약가점제로 공급돼 가점이 낮은 청약 신청자의 당첨 확률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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