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성진 케이블TV방송협회장 “제4이통으로 케이블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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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리 기자
입력 2018-05-0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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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신사와 케이블 간 유효경쟁 위해 제4이동통신 진출 ‘올인’

  • “합산규제 2년 유지돼야…M&A 적절한 규제속 활성화돼야”

김성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이 8일 서울 충정로의 협회 집무실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유료방송시장 내 케이블TV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케이블TV방송협회 제공]


“케이블TV가 살아남으려면 무선 기능을 반드시 가져가야 합니다. 정부도 제4이동통신 시장 개방에 긍정적인 만큼, 협회가 주축이 돼 이동통신 사업 진출을 반드시 이루겠습니다.”

김성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8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제4이동통신 사업 진출로 정체돼 있는 케이블TV 산업 전체에 역동성을 불어넣고,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3월23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수장에 오른 김 회장이 50일 가까이 케이블 업황을 바라보며 느낀 점은, 유료방송시장이 품질과 서비스 개선보다는 갈수록 저가경쟁에 매몰돼 간다는 현실이다.

방송과 통신이 결합한 상품이 시장의 주를 이루고 있고, 이용자들은 여전히 방송상품을 ‘공짜’ 혹은 ‘부가서비스’라고 인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모바일방송 결합 상품이 없는 케이블TV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김 회장은 이번 임기 동안 케이블 내 단순 출혈 경쟁에서 벗어나 서비스 차별화로 유료방송시장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해야 하는 소방수 역할을 맡았다.

김 회장이 전면에 내세운 해법은 제4이동통신이다. 그는 케이블TV 시장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앞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제4이통 진출 작업에 매진하겠다는 각오다. 이를 바탕으로 보편적 요금제를 실현하고  4차산업 연관 서비스를 확대해 케이블TV로 인한 건강한 미디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유료방송, 저가경쟁 탈피해야

케이블TV는 1995년 출범 후 우리나라 유료방송 산업 성장을 주도해왔다. 콘텐츠의 다양화와 지역사회 발전에도 공헌해오며 업계의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속적인 점유율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후발사업자인 인터넷TV(IPTV)가 막대한 자본력과 전국적 사업망을 바탕으로 지난 10년 동안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IPTV가 이동통신 서비스와, 방송,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상품을 묶어 할인해주는 결합상품을 판매하면서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인 케이블TV 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유료방송시장 2017년 상반기 가입자 수 조사·검증 및 시장점유율 산정 결과'에 따르면, 케이블TV방송사업자(SO)의 가입자 수는 1393만7203명(시장점유율 45.76%)으로, IPTV(1331만3864명·43.71%)에 턱밑까지 추격당하고 있다.

김 회장은 “모바일방송 결합 상품은 모바일 상품이 없는 케이블의 가입자 수 감소와 매출액 감소를 야기시키고 있다”면서 “플랫폼뿐 아니라 콘텐츠 제작 사업자들도 저가 요금 경쟁에 의해 낮아진 가입자당 매출액(ARPU)으로 콘텐츠 제공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료방송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위해서라도 저가 요금경쟁과 같은 출혈적 경쟁보다는 서비스 차별화 경쟁을 바탕으로 한 건강한 생태계 유지를 통해 ARPU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케이블TV, 제4이동통신 적임자”

김 회장은 위기에 빠진 케이블TV 산업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최근 ‘비전케이블 4.0’을 발표했다. 케이블산업 미래비전을 위한 역할론으로 △제4이동통신 참여 △4차산업 연관 서비스 확대 △남북한 문화교류 허브 역할 △지역채널 강화 △케이블TV 동반성장 로드맵 구축 등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제4이통 참여는 그동안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로 고착된 이통시장의 지형을 바꿀수도 있는 매머드급 이슈다. 

김 회장은 “미디어 시청환경이 모바일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방송요금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면서 “케이블은 훌륭한 지역 인프라를 갖춘 한편, 지방분권화 시대 정부 정책과 발맞출 수 있는 최적의 매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케이블이 이동통신사업을 한다면 기존 망을 활용해 원가를 최소화하고 실제 가계통신비 인하에 일조할 수 있다”고 밝힌 뒤 “최근 일본에서도 제4이통 사업자가 출범해 기존 이통사보다 3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며 제4이통 진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제4이통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제4이통 출범을 2010년부터 7차례에 걸쳐 추진했지만 후보사업자들의 자금력 등의 문제로 번번이 무산됐다. 업계는 제4이통 설립을 위해 초기 운영비용으로 최소 2조원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케이블TV가 제4이통에 진출하는데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관건이 될 것으로 꼽힌다. 최근 정부는 제4이통 문호 개방을 위해 기간통신사업 허가제를 등록제로 전환하며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 

김 회장은 “아직 사업자 구성 등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복수의 사업자들과 컨소시엄 구성 논의가 오가고 있다”면서 “제4이통 사업자가 기존 통신사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책과 충분한 자금력이 확보된다면 그것을 ‘비전 케이블 4.0’을 달성하기 위한 성장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이 8일 서울 충정로의 협회 집무실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유료방송시장 내 케이블TV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케이블TV방송협회 제공]


◆“합산규제, 향후 2년간 유지돼야”

김 회장은 오는 6월 일몰을 앞두고 있는 유료방송 합산규제와 관련해서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합산규제는 방송법과 IPTV법상 케이블TV와 IPTV 등 특정 유료방송사의 가입자수가 전체 유료방송의 3분의1(33%)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조치다.

김 회장은 “합산규제는 일부 회원사의 목소리는 다르지만, 애초 유료방송시장 독과점 사업자 출현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면서 “이 규제가 폐지된다면 과거로 회귀하게 되고, 결국 규제도입 초창기와 마찬가지로 KT는 자회사인 위성방송을 통해 유료방송 가입자 점유율을 제약 없이 확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KT는 여전히 독보적 1위이며, 타 사업자들과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점차 커지고 있다”면서 “사전 보완장치를 마련하고 입법 문제에서의 미비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향후 2년간은 합산규제 연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협회는 합산규제 일몰로 인한 시장 독과점 방지를 막기 위해 비상동원체제까지 가동했다. 김 회장은 “여야 의원에게 우리의 입장을 충실히 전달하고, 남은 기간 동안 할 수 있는 방안은 모두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유료방송시장의 구조 개편 움직임에 맞춰 케이블TV의 지역사업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도 전면 반박했다.

김 회장은 “케이블 도입 당시 지역 사업권을 부여한 이유는 지자체와 함께 지역 공론장 역할을 수행할 언론매체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면서 “케이블은 초기부터 현재까지 부여된 역할에 맞게 ‘지역성’을 구현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작년 포항지진과 같은 재난상황이나 곧 있을 6·13 지방선거에서 케이블 지역채널에 기대하는 지역민들의 니즈(수요)는 매우 크다”면서 “권역 폐지시 지역별로 케이블 수준의 지역성 구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부연했다.

현재 유료방송시장에서는 경쟁 심화로 권역 독점 구조가 깨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전국 78개 권역 중 1위 구역 수는 KT가 43개로 가장 많다.

김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권역마저 사라진다면 지역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에 한계가 생길 우려가 있다”면서 “현 정부의 정책 기조도 지방분권, 지역 활성화인 만큼, 지역사회 경제와 문화를 위해서라도 케이블의 지역사업권은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PP와 동반성장 시스템 구축 ‘앞장’

김 회장은 유료방송시장 파트너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도 긴밀한 상생전략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협회는 ‘PP채널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PP 채널 시스템은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 중 유일하게 채널 평가 기준을 통일시켜 업무 효율화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전산화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하반기부터는 시스템을 가동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PP의 경우 전문장르라는 특성상 시청률보다 편성의 적정성, 전문성 등 차별화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며 “이 같은 세부사항까지 PP와 SO가 함께 논의해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협회 내에서도 PP진흥을 위해 ‘중소PP 발전 특별위원회’ 조직을 구성한다. 특별위원회에서는 중소PP 기준 마련부터 실질적인 지원방안까지 심도 있게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김 회장은 “특별위원회를 통해 MPP와 중소PP의 균형 발전 방안을 논의하고, 콘텐츠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중소PP 의무 할당제, 제작비 펀딩 등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유료방송 M&A, 시장흐름 맞게 이뤄져야 

올해 유료방송업계의 최대 화두는 시장 구조개편 움직임에 따른 인수합병(M&A) 여부다. 업계 전문가들은 유료방송시장 플랫폼 사업에서는 효율성과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 이통사를 중심으로 대형 M&A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재 매물로 나와있는 딜라이브를 비롯해 사실상 모든 케이블TV사업자들이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이미 유료방송산업에서 M&A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며 “M&A를 통해 시너지를 내고 산업의 외연이 커진다면 분명 환영할 만한 일임과 동시에 예의 주시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M&A는 큰 단위의 전략적 판단이기 때문에 기업간 결합 문제에 개인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면서 “자연스러운 M&A는 시장 흐름에 따라 허용해주되, 한 사업자만의 독과점 산업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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