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 더 이상 빈말로 협박하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이하 현지시간) 이란 핵협정(JCPOA) 탈퇴를 공식화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탈퇴 결정이 북·미 정상회담에 미칠 파장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 간 비핵화 눈높이에 대한 간극이 드러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미국이 제시하는 비핵화 조건을 관철하겠다는 강한 압박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불완전 협정 수용 불가"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 핵협정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최악의 상황을 제시하면서 상대를 위협해 양보를 얻어내는 것은 트럼프식 협상술로 잘 알려져 왔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의 협박이 빈말이 아님을 증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완전한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면서 “오늘의 행동은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미국은 더 이상 빈말로 협박하지 않는다는 것, 내가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게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핵협정의 경우 북한이 선호하는 단계별·동시적 조치의 대표 사례였던 만큼 미국이 이란 핵협정 탈퇴를 통해 비핵화의 단계적 해법이 아닌 일괄 타결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에 쐐기를 박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존 볼턴 백악관 안보수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와 관련, "불충분한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신호를 북한에 보내는 것"이라면서 이란 핵협정을 북핵 문제 해결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볼턴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북한이 1992년 남북한 비핵화 공동선언으로 돌아가 핵연료의 전면과 후면을 제거하는 것, 즉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포기)”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거나 운용하고 있는 모든 핵프로그램을 중단하도록 요구하고 북한의 이행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전했다.
◆"이란 핵협정 폐기로 북핵 협상 더 어려워져"
트럼프 행정부의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이란 핵협정 탈퇴가 북한 핵협상을 도리어 위태롭게 할 것라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제 협정이 3년만에 손바닥 뒤집 듯 바뀌면서 미국의 협상 신뢰도가 크게 훼손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브루스 클링어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USA투데이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협정 파기를 통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의 성공 기준을 무척 높게 제시함으로써 스스로 코너에 몰렸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임 정권이 맺은 약속을 불과 3년만에 파기한 것은 정권 교체에 따라 정책이 손바닥 뒤집 듯 바뀌는 미국 정치 시스템의 약점을 보여주었다면서, 이란과 북한 모두 트럼프 행정부보다 나은 거래 조건을 제시할 행정부를 기다리며 계산기를 두드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로버트 아인혼 수석연구원은 "제재 완화, 인권, 미사일 개발 측면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적용한 기준을 북한에 제시하겠지만 북한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토니 블링켄 전 국무부 부장관 역시 CNN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협정을 휴지통에 버리면서 북한과의 협상에서 그보다 더 나은 협정을 이끌어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모든 핵프로그램을 해체시킬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했던 것처럼 북한의 핵시설에 역사상 가장 치밀한 사찰과 검증을 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란 핵협정을 이끈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 결정을 "심각한 실수"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이란이 합의를 위반하지 않은 상황에서 JCPOA를 위기에 몰아넣는 결정을 한 것은 심각한 실수"라면서 "모두가 북한과의 외교가 성공하기를 희망하는 상황에서 외교가 이뤄낸 대표적 사례인 JCPOA에서 탈퇴하는 것은 북한과 추진하는 핵협상을 그르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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