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이 뽑은 별별 명장면] '당신의 부탁' 종욱과 갈등신, 그렇게 엄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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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8-05-0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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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당신의 부탁'에서 효진 역을 맡은 배우 임수정[사진=명필름 제공]

배우가 기억하는 작품 속 최고의 명장면은 무엇일까? 배우의 입장, 관객의 입장에서 고른 명장면을 씹고, 뜯고, 맛본다. ‘별별 명장면’은 배우가 기억하는 장면 속 특별한 에피소드와 의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다. 90번째 주인공은 영화 ‘당신의 부탁’(감독 이동은·제작 명필름·배급 CGV아트하우스)의 배우 임수정이다.

영화 ‘당신의 부탁’은 2년 전 사고로 남편을 잃은 32살 효진(임수정 분)이 어느 날 갑자기 죽은 남편의 아들인 16살 종욱(윤찬영 분)을 맡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효진과 종욱이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임수정은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된 여자 효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남편이 사고로 죽은 뒤, 그의 아들인 16세 소년을 아들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섬세하고 담백하게 표현해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종욱이가 외출한 뒤, 전화를 안 받을 때였어요. 효진이 종일 걱정하는 장면 있잖아요. 그 장면이 많이 (기억에) 남아요. 진짜 걱정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엄마처럼요. 종욱에게 ‘늦으면 연락 좀 하라’며 잔소리하는데 정말 엄마 같은 말투기도 하고요. 하하하.”

임수정이 언급한 장면은 종욱과 효진의 첫 갈등 신이기도 하다. 효진과 함께 살게 된 종욱은 휴일마다 몰래 친엄마를 찾아 헤맨다. 이를 알 리 없는 효진은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어디론가 떠나는 종욱이 불안하기만 하다. 엄마의 잔소리에 진절머리 치던 효진이지만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종욱에게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하고, 두 사람은 다른 듯 닮은 행동으로 관객들의 눈길을 끈다.

“그 장면을 연기하면서 엄마의 모습을 떠올렸던 것 같아요. ‘이런 상황이 있으면 가슴 철렁하겠구나’, ‘하루 종일 연락이 안 되면 마음이 불안하겠구나’하면서요.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사진=영화 '당신의 부탁' 스틸컷]


영화 ‘당신의 부탁’에는 다양한 성향의 엄마들이 등장한다. 초보 엄마인 미란(이상희 분)을 비롯해 딸 걱정에 잔소리만 늘어놓는 효진의 엄마 명자(오미연 분), 생각지도 못한 임신으로 아이를 입양 보내기로 한 종욱의 친구 주미(서신애 분), 엄마가 되고 싶지만, 아이를 가질 수 없어 주미의 아이를 키우기로 한 서영(서정연 분) 등 일반적이거나 그렇지 않은 상황들을 겪고 있는 엄마들의 모습이 그려져 ‘엄마’라는 존재를 환기할 수 있게 만든다.

“어떤 특정 신도 그렇지만, 그냥 효진이를 연기하면서 저희 엄마를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와 남동생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역할을 주로 하셨던 엄마를요. 우리 영화를 보면서 ‘엄마라는 건 정말 위대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꼭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엄마가 될 수 있고, 엄마라고 부를 수 있겠구나 생각할 수 있는 작업이기도 했죠.”

임수정은 ‘당신의 부탁’ 그리고 효진이기에 첫 엄마 역할을 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어설프고, 불안하고, 엄마라는 말이 낯선 효진이었기 때문이라고.

“첫 엄마 역할이긴 하지만 어렵거나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만약 효진이 낳은 아이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어려웠을 수 있겠는데요. 효진은 32세의 젊은 여성이고 난데없이 남편의 아들을 맡아 엄마가 되어야 하는 입장이잖아요? 그가 가진 난감함과 당혹스러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죠. 접근할 때도 어렵지 않았어요. 큰 부담 없이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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