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에 검찰 측 증거에 대해 “모든 증거를 동의하고 입증 취지를 부인한다”는 뜻의 인부서를 냈다. 증거 자체는 인정하되, 이 전 대통령의 무죄를 주장하는 근거 자료로 삼겠다는 취지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변호인은 통상처럼 대부분 증거를 동의하지 말자고 주장했지만 대통령께서 반대하셨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대부분의 증인이 같이 일을 해 왔던 사람들이고, 검찰에서 그런 진술을 하게 된 이유가 있을 텐데 그들을 법정에 불러와 거짓말을 한 것 아니냐고 추궁하는 게 금도(襟度)가 아닌 것 같다"면서 "그런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리는 것도 옳지 않은 것 같으니 변호인 측에서 객관적 물증과 법리로 싸워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 측은 법정에서 객관적 물증으로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의 뜻에 따를 것"이라며 “금융 자료 추적 결과나 청와대 출입 기록 등 객관적인 자료를 갖고 검찰 주장을 반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이 검찰 측 증거에 모두 동의하면서 심리는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서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피고인이 검찰 증거를 모두 동의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라고 본다. 앞서 그는 지난 3일 열린 첫 재판에서는 검찰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부인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청와대 측근들을 동원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게 약 7억원의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받은 혐의, 삼성전자로 하여금 다스의 미국 소송비 약 68억원을 대납하게 한 혐의, 다스 투자금 반환에 청와대 등 국가기관을 동원한 혐의,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회장, 대보그룹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자동차부품업체 다스를 사실상 지배하면서 349억원가량을 횡령하고 직원의 횡령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31억원대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 다스 차명지분의 상속 방안을 청와대 직원들에게 검토하게 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 퇴임 후 청와대 생산 문건을 빼돌린 혐의 등도 받는다.
이 전 대통령의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은 10일 오후 2시10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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