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국의 핀테크산업은 소기업 중심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정부 규제는 핀테크 업체들의 업무를 소액 송금·지급 결제에만 치중하게 만들었고, 대기업과의 협업도 가로막고 있어서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해 글로벌 100대 핀테크 기업 명단에 각각 1곳만 오를 정도로 후발주자에 속한다. 하지만 핀테크 산업에서의 정부와 민간의 대응 전략은 양국 간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다른 산업분야의 대기업들과 손잡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하지만 정부의 규제가 핀테크산업 활성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빅3 은행인 미즈호FG와 미쓰비시UFJFG, 미쓰이스미토포FG는 핀테크 혁신을 위해 차세대 리테일 프로젝트팀, 이노베이션 센터 등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로보어드바이저, 로봇자동음성 인식 등 무인점포 기술을 도입하며 투자와 대출 서비스 분야 등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와 IBM을 비롯해 노무라 종합연구소, 소프트뱅크 로보틱스, NTT도코모와 NTT데이터, LINE Japan 등과 손잡고 핀테크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기업 간 상호 협력으로 일본의 핀테크 기술은 △인공지능(AI) 콜센터 △인간형 로봇 '페퍼(Pepper)'가 직접 고객을 응대하는 머니포워드 △법인대상 입금관리서비스와 클라우드형 청구서 관리서비스 △자동음성분석 태블릿을 활용한 점포 △음성감정인식 시스템 △뇌과학을 활용한 금융서비스 실증실험(잠재 니즈 발굴, 자산운용 조언 등)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핀테크산업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정부 규제가 핀테크 기술 발전 자체를 가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핀테크 기업이 송금·지급결제 시장에만 집중하는 이유다.
김대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은 "우리나라 핀테크기업들도 로보어드바이저나 챗봇 등 다른 산업분야와 손잡고 있지만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소규모다"며 "대기업들과 함께 핀테크 산업을 키우고 싶지만 정부 규제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2015년만 해도 은행이나 IT 대기업들이 핀테크기업에 관심이 많았다"며 "최근 넥슨이 가상화폐 거래소 인수 후 정부 규제에 막혀 제대로 일을 하지못한 상황이 연출됐고, 이후 대기업들은 핀테크 산업에 매력을 못느껴 공격적인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처럼 기업 간의 원활한 협력을 위해서라도 규제를 풀어야 한다"며 "정부 제도권 내 핀테크 산업은 소액 온라인 중개, 소액 해외송금 등 소액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스몰어마운트 규제가 있는 나라는 한국 뿐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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