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협력 차질 빚나" 말레이 총리에 쏠리는 中 불안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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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문은주 기자
입력 2018-05-1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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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하티르 총리, "중국 투자사업 재검토", "차이나머니 환영안해" 거친발언

  • 말레이 투자 '큰손' 중국, 말레이와 경제 투자협력 '빨간불'

  • 나집 전 총리 '친중'행보와 대비…대미 관계도 '불투명'

 

15년만에 재집권에 성공한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신임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지지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사업 중 일부는 필요하면 재협상할 것이다."

야당연합 희망연대(PH)의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신임 총리가 10일(현지시간) 당선되자마자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그는 그동안 총리 경선과정에서 "차이나머니가 현지인의 밥그릇을 빼앗아가고 있다", "우리는 중국 투자로부터 그 어떤 이득도 보지 못했다", "더이상 차이나머니를 환영하지 않는다", "남중국해 영유권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등 중국을 향해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중국이 15년 만에 말레이 총리로 복귀한 93세 마하티르를 우려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 말레이와 경제협력 '빨간불'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마하티르 총리 당선과 관련해 "중국과 말레이는 우호적인 이웃으로, 중국은 말레이와의 우호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고 말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겅 대변인은 "중국·말레이의 전면적·전략적 파트너 관계는 양호한 발전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상호호혜 협력 성과도 풍성해 양국에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 줬다"며 "양국이 함께 이를 아끼고 수호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말레이가 앞으로 안정을 유지하며 발전하길 바란다"며 "말레이와 함께 상호존중·평등호혜 원칙에 따라 중국·말레이의 전면적·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양국 인민에 이롭게 하고 지역안정 번영을 촉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의 속내는 복잡하기만 하다. 관영 환구시보가 11일자에 게재한 '마하티르는 중국·말레이 관계의 전복자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제목의 사평에서도 중국의 고민이 드러난다. 

사평은 "마하티르 총리 취임 후 중국의 말레이에 대한 투자가 위험에 직면할 것으로, 양국이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싸고 마찰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사평은 마하티르 총리가 야당일 때 말했던 대로 커다란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중국과 말레이 간 관계를 낙관적으로 기대하는 이유가 있다고 전했다. 

신임 총리에게 말레이의 안정적 경제 성장이 최우선 임무인데다가 남중국해 정세 안정이 말레이 국가이익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라는 것. 또 사평은 마하티르 총리가 그동안 중국을 향해 한 발언은 말레이 내부 정치적 논리에 일부 원인이 있다며 그는 과거 총리 재임시절 중국과 우호 관계를 유지했다고 전했다. 또 정권 교체로 중국투자가 단기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순 있지만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평은 마하티르의 연령이나 경험으로 비춰볼 때 "모든걸 다 뒤엎는 '혁명가'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 '친중' 행보로 대규모 '차이나머니' 유치한 나집 전 총리

'반중' 성향의 마하티르 신임 총리와 달리 전임 나집 라작 전 총리는 '친중' 행보를 선보이며  재임 기간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2016년 10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나집 전 총리는 "중국이야말로 말레이의 진정한 친구이자 전략적 동반자"라고 치켜세우며 중국으로부터 300억 달러의 중국 투자도 약속 받았다.

2016년 중국을 방문한 나집 전 말레이 총리(오른쪽)와 리커창 중국 총리.  [사진=신화통신]


그동안 중국과 말레이는 투자나 무역통상 방면에서 긴밀히 협력해 왔다.  싱가포르 DBS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말레이에 대한 투자액이 23억6000만 달러로, 전체 외국인직접투자(FDI)에서 7%를 차지했다. 중국은 말레이의 7대 투자원천국이자 최대 무역파트너다. 지난해 말레이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212만명으로, 올해는 222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말레이 곳곳에서는 중국기업들이 각종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중국 부동산재벌 비자위안(碧桂園)은 조호르주 경제특구에 2500억 위안(약 43조원)을 투자한 '삼림도시(Forest City)' 프로젝트를 20년 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나집 전 총리가 2016년에만 두 차례 이곳을 방문해 지원사격했을 정도로 공들이는 사업이다. 중국 부동산 재벌 뤼디(綠地)그룹은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고속도로 건설 및 인근 지역 인프라 건설사업을 계획 중이다. 

덕분에 말레이는 경제 성장을 구가했다. 지난해 말레이 경제성장률은 5.9%로, 2016년 4.2%, 2015년 5%보다도 높았다. 말레이 중앙은행은 올해 말레이 경제가 5.5~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차이나머니를 줄곧 경계해 온 마하티르 총리 취임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며 투자자 불안감이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메이신위(梅新育)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21세기경제보를 통해 말레이 독립 후 61년 만의 첫 정권교체인 만큼 격렬한 정치적 투쟁이 예상된다며 이는 말레이 비즈니스 환경에 거대한 불확실성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말레이에 투자한 중국기업들이나 전체 말레이 경제가 어느 정도 리스크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메이 연구원은 "현재 '불확실한' 단계에서 중국기업을 비롯한 외국계 기업은 말레이 투자 속도를 늦춰야 한다"며 말레이 자금 유출 우려도 커졌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말레이 부동산 투자 '큰손'이었던 중국인 투자자들이 인근 싱가포르로 발걸음을 돌릴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일대일로 협력 차질 빚을까

마하티르 총리는 그동안 취임 후 중국이 말레이에서 추진하는 투자 프로젝트를 재검토할 것이란 의사를 줄곧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이 추진하는 신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 전략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중국기업들은 일대일로 방면에서 말레이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진행해왔다. 올 4월 중국·말레이 양국이 89억 링깃을 투자해 협력 건설하기로 한 철도사업이 공사를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착공에 들어간 쿠알라룸푸르 북부 곰박지역에서 켈란탄주 와카바루까지 총 688km 길이 동해안 철도를 건설하는 사업은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교통건설이 550억 링깃을 투자해 진행되는 것이다.  이는 일대일로 관련 사업중 단일 프로젝트로는 최대 규모다. 

다만 말레이의 한 외교관은 21세기경제보를 통해 “정권교체 후 말레이가 일대일로에 대한 지지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말레이는 계속해서 중국을 비롯한 외국투자를 환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말레이 신 정부의 대중정책을 예측하기엔 시기상조라고 전했다. 

◆대(對)미 정책도 나집 정권과 정반대...향후 관계 불투명

친(親)미 성향의 나집 정권이 끝나면서 말레이시아와 미국과의 향후 관계도 불투명해졌다. 뉴욕타임스(NYT)의 15일 보도에 따르면 나집 전 총리는 지난 2014년부터 당시 기업인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골프 회동을 갖는 등 친분을 쌓아왔다. 2017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해 보잉사 항공기 구매 계획, 말레이 연금 펀드 조성 등 장밋빛 관계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임을 과시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나집 전 총리의 저자세 외교에 대해 미국 법무부의 1MDB 펀드(정부 조성 펀드로, 나집 총리 측근이 수십억달러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백악관의 중요한 인물이라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제스처로 풀이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도 "말레이시아가 보잉 비행기와 제너럴 일렉트릭 엔진 등 100억~200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다"며 "양국 관계의 강력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 권한의 키가 마하티르 총리의 손으로 넘어가면서 두 사람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당장 탈세, 비자금 등 각종 비리 의혹을 이유로 나집 전 총리가 출국금지 된 데 이어 가족들도 압수수색 대상으로 확대되는 이른바 '말레이시아판 적폐청산'이 본격화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마하티르 총리는 과거 집권 당시 미국과 소원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팔레스타인 유혈 사태를 불러온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과 관련해서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채널뉴스아시아에 따르면 총선 이후 외교 수장이 임명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마하티르 총리는 "미국의 이번 결정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갈등에 대한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을 더욱 약화시키고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반미 기조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2014년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말레이시아를 '포괄적 파트너'로 간주, 정치·외교·무역·투자·교육 등 다방면에서 양자 간 협의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만큼 마하티르 정권의 대미 정책이 긍정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미국은 말레이시아의 최대 교역국으로, 세 번째로 큰 말레이시아의 수출 시장이다.

​◆ 불확실성 확대에 주식·외환시장도 '출렁'

말레이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말레이 주식· 외환시장도 출렁였다.  마하티르 총리가 당선된 10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즈(iShares) MSCI 말레이시아 상장지수펀드(ETF)는 6.03% 하락한 32.42달러로 마감하며 지난해 12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링깃·달러 1개월물은 선거 결과가 나오자마자 2.4% 하락했다. 

1981년부터 2003년까지 22년동안 말레이를 통치한 마하티르 총리는 93세의 나이로 15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했다. 말레이의 '근대화의 아버지'와 동시에 '철권통치 독재자'라는 상반된 평가도 나온다. 그는 집권기간 강력한 국가주도 경제발전 정책을 펼쳐 가난한 농업 국가였던 말레이를 신흥공업국으로 변모시켰다. 하지만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수단과 방법을 다해 반대세력을 억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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