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줄 세우기와 미성년자 당첨 등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신규 아파트 분양 잔여분(미계약분) 공급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청약 3순위 제도를 부활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청약통장 없이도 신청이 가능한 3순위 제도를 통해 미계약분의 투명한 공급이 이뤄지도록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13일 국토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사업주체인 건설사 등이 미계약분을 임의대로 공급할 수 없도록 막겠다는 것이 내부 방침”이라며 “청약 3순위 제도 등을 검토 중이며 올 하반기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계약분은 청약 1, 2순위와 예비입주자 선정을 거친 뒤 발생하는 잔여분으로 사실상의 미분양이다. 입주자를 선정하고 남은 주택이 있는 경우 ‘사업주체가 선착순의 방법으로 입주자를 선정할 수 있다’는 애매한 법 규정으로 인해 그동안 건설사 등이 현장 또는 온라인 추첨과 선착순 배정 등을 통해 임의대로 공급해왔다.
문제는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로또 아파트’ 청약 열기가 과열되면서 자금 부담으로 인한 중도 포기 사례 등 부적격 처리에 따라 발생하는 미계약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줄 세우기와 미성년자 당첨, 비공개 추첨 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한 대형건설사가 서울 서초구에 공급한 아파트의 미계약분을 선착순 계약으로 진행한다고 공지하자 계약일 2~3일 전부터 모델하우스 앞에는 긴 대기 줄이 형성됐다. 계약 당일에는 대기 줄이 300m 이상으로 늘어났으며, 대기자 가운데 일부는 대신 줄을 서주고 돈을 받기까지 했다.
또 올해 초에는 세종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미계약분 신청에서 60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만 11세와 만 17세 등 미성년자 당첨이 여러 건 포함되며 ‘금수저 청약’ 논란이 일었다. 건설사가 공지한 신청 자격 요건에는 나이와 가구주 등 신청 제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로또 아파트로 가장 크게 주목받은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자이 개포’가 채택한 온라인 추첨 역시 비공개 추첨인 데다, 금융결제원이 아닌 시공사가 주관한다는 점에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이 같은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국토부는 2015년 주택청약제도 간소화를 이유로 폐지한 청약 3순위 제도를 되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과거 3순위가 정당 계약에 속해 있던 것과는 달리, 1, 2순위 정당 계약과 예비 당첨자 추첨 이후 3순위에 대한 추첨을 진행해 미계약분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변경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또 무분별한 투기수요 방지를 위해 3순위 내에서도 일부 가점제를 통해 당첨자를 선정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서울 등 청약조정지역 내 청약 1순위 자격은 가구주이면서 청약통장 가입 후 2년이 경과해야 주어진다. 2순위는 1순위에 해당하지 않는 청약통장 가입자로 제한된다. 폐지된 3순위는 청약통장 없이도 만 19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청약이 가능하다.
미계약분 가수요를 3순위로 끌어들이고 1, 2순위 정당계약 이후 잔여분을 3순위 내에서 재추첨해 공급할 경우 금융결제원을 통한 공정한 분양이 이뤄지면서도 미성년자 당첨 등을 원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국토부는 기대하고 있다.
양지영 양지영R&C소장은 “최근 미계약분 공급이 논란이 되자 건설사들이 예비 당첨자 선정 비율을 높이는 등 자정 노력을 하고 있으나, 여전히 투명성 등에 대한 의문이 있는 상황”이라며 “미계약분을 3순위 내에서 공급한다면 줄 세우기나 잔여가구 규모 줄이기 등 여러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