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등용 기자의 방방곡곡] 치즈 향 ‘솔솔’ 나고 섬진강 ‘굽이굽이’ 흐르는 임실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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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등용 기자
입력 2018-05-14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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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실 치즈에 관한 모든 것 ‘임실치즈테마파크’ ‘임실치즈 역사문화 공간’

  • 임실 농악의 산실 ‘필봉 문화촌’

임실군 산골짜기를 따라 임진강이 흐르고 있다. [사진=갭스엔터 제공]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줄 알그라

김용택의 시 '봄날'

여러 산이 줄지어 서 있는 가운데 섬진강 물줄기가 그 사이를 굽이쳐 흐른다. 산과 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전북 임실군은 봄이 오면 섬진강변을 따라 희고 붉게 핀 매화의 자태와 향기에 흠뻑 취한다. 강산이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이곳은 아늑함과 평안함이 방문객을 포근하게 안아준다. 

백제 때부터 임실군으로 불렸던 이 군의 풍속은 ‘땅은 메마르고 주민들은 우직하다’라고 했다. 임실군엔 ‘살 제 남원, 죽어 임실’이란 말이 있는데, 살아서는 물산이 풍부한 남원에서 즐겁게 살고 죽은 뒤에는 산세가 빼어난 임실에 묻히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임실치즈테마파크 전경 [사진=갭스엔터 제공]


◆임실 치즈에 관한 모든 것 ‘임실 치즈테마파크’

임실 치즈테마파크는 드넓은 초지 위에 ‘치즈의 본고장’ 유럽 스위스 아펜젤을 닮은 이국적인 풍경과 건물을 자랑한다. 깨끗한 임실의 청정 원유를 재료로 오감만족의 ‘임실N치즈체험’, 돈가스 식사, 홍보관, 놀이시설, 포토존 등 치즈에 관한 모든 것을 한눈에 보고 즐길 수 있다.

그 중 단연 인기인 곳은 임실 치즈요리 체험학교와 임실 치즈스쿨이다. 어린이와 학생뿐 아니라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도 인기 만점인데,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50대 여성들이 단체 관광을 와 치즈를 직접 만들어 풍선껌처럼 이리저리 늘렸다 줄였다 하며 치즈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었다.

계모임으로 왔다는 관광객 김순일(54) 씨는 “신기하다. 사실 전라도에서 갈만한 곳은 뻔히 정해져 있는데 이렇게 특별한 체험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이 임실만의 매력인 것 같다. 곗돈을 아주 유익하게 쓴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노란색 앞치마를 두르고 치즈 제작 과정을 설명하며 테이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실습 도우미 박수영(42) 씨도 치즈 테마파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히 높다. 그는 “4~5월에 특히 방문객이 많은 것 같다. 중고등학생들이 수학여행으로 많이 오는데 젊은 층도 많이 온다. 치즈 자체가 맛있는 것도 인기의 비결이다."라고 말했다.
 

임실치즈 역사문화 공간으로 가는 길 곳곳엔 벽화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정등용 기자]



◆임실 치즈의 역사를 한 눈에 ‘임실치즈 역사문화 공간’

임실 치즈의 역사는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해도 치즈는 특유의 발효 향으로 우리나라에선 즐겨 먹지 않는 음식이었지만 벨기에에서 온 지정환 신부는 지역 농민의 소득 증대를 위해 임실읍 갈마리란 작은 산촌에서 치즈 생산을 시작했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금의 ‘임실치즈’란 대표 브랜드를 정착시켰다.

‘임실 치즈 역사문화 공간’은 지정환 신부가 과거 치즈를 숙성시켰던 공간과 공정 과정, 시설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 마을 벽면에 새겨진 벽화는 임실 치즈의 역사를 이해하기 쉽고 눈에 잘 들어오게끔 사진과 그림으로 구성돼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런 역사를 바탕으로 임실군은 2016년 기준 전국 9000톤(t)의 치즈 생산량 중 4000톤을 책임지고 있다. 연 매출만 2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명실상부 치즈의 고장이 된 셈이다. 관광 목적으로도 연간 12만명이 다녀간다.

다니던 직장에서 은퇴 후 임실로 귀농해 7년째 치즈농장을 운영 중인 장수산(57) 씨는 백년초를 활용한 분홍빛 치즈로 지난해에만 연 매출 4억원을 달성했다. 그는 “원유 쿼터가 있기 때문에 남는 원유로 치즈를 만든다. 결국 원유가 좋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소를 잘 키워야 한다. 그런 면에서 치즈 농장은 노동집약적”이라고 말했다.
 

임실 필봉농악의 공연 모습 [사진=갭스엔터 제공]


◆농악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필봉 문화촌’

인류무형문화유산 국가무형문화재 제 11-5호 임실 필봉농악을 보존 계승하기 위해 조성된 필봉 문화촌은 농악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관과 다양한 전통 문화체험이 가능한 교육시설, 한국관광공사에서 한옥스테이로 지정한 한옥생활 체험관 등으로 만들어졌다.

임실 필봉농악은 전북 임실군 강진면 필봉마을에서 전승돼 온 호남좌도 농악의 대표적인 풍물굿으로 4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허튼가락과 부들상모의 명인이던 상쇠 양순용은 필봉리 출신으로 구전으로만 전해 내려오던 필봉굿의 정리와 함께 체계를 정립했다.

필봉 문화촌에선 다양한 문화 체험을 즐길 수 있다. 풍물놀이 체험, 떡메치기, 한지공예 체험, 탈춤놀이 체험 등 조상들의 지혜와 슬기를 느끼는 동시에 우리 민족에 대한 자긍심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필봉농악 군영놀이’는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공연 중 하나다. 풍물패를 구성하고 있는 각 역할의 연희자들이 판의 중심으로 나와 자유롭게 개인의 역량을 발휘하는 연희 형태다. 종류로는 설장구놀이, 고깔소고놀이, 대포수놀이, 양반놀이 등이 있고 관객들이 언제든지 판에 들어와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도 있다.

고정석 필봉 문화촌 사무차장은 “굿이 사람 사이에 가고, 오고, 소멸하고, 생겨나는 관계 속에 이러한 것들을 연결해주는 끈끈한 고리의 역할이 됐으면 좋겠다. 많이들 오셔서 소통과 신명, 화합의 정신, 나눔과 삶의 문화, 공동체 문화인 전통문화의 매력에 심취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관광객들이 섬진강변을 따라 산책을 하고 있다. [사진=갭스엔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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