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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사진이 가족사진이 되는 '해병' 강아지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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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5-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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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광주광역시에 사는 25살 동갑내기 '우엉 부부'와 세 마리 반려견 ‘해병’, ‘마린’, ‘천자봉’은 얼마 전 두 번째 사진 촬영을 마쳤다.

1년 만에 다시 찍는 '가족사진'이자 해병이의 '영정사진'이기도 하다.

우엉 부부가 영정사진이라고 부르며 반려견들과 사진을 찍는 이유는 폼피츠 '해병이' 때문이다.


해병이는 순종 포메라니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길거리에서 단돈 5만 원에 내놨던 아이다. 때마침 지나가던 남편의 눈에 띄었고 주머니 속에 마침 그 5만 원이 있었다. 


즐거움은 잠시 해병이는 데려온 지 2개월 만에 실명 위기에 처했고, 염증이 온몸으로 번지면서 장기를 비롯한 몸의 균형이 깨져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진단과 함께 안락사를 권유받았다.

 (1년 전 해병이네 가족 사진)

어떻게든 치료해주고 싶어 병원만 수십 군데를 돌아다녔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모두 안락사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말뿐이었다.

그때 해병이의 나이는 고작 10개월. 아직 어린 해병이를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수소문 끝에 치료를 시작했지만 끝내 시력을 잃었고, 깨진 몸의 균형 역시 바로잡지 못했다.


우엉 부부는 문득 가족사진이자 영정사진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실천에 옮겼다.

당연히 사진 촬영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많을 리 없었다.

해병이는 아픈 몸에 우울증까지 겹쳤다. 밥도 제대로 먹지 않고, 소파 밑에서 잠만 잤다. 병원도 끊을 수 없었다.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 우엉 부부는 해병이의 친구를 찾아주기로 했다.

첫째 동생은 파보바이러스에 걸려서 애견카페 앞에 버려졌던 마린이였다.

마린이는 식분증(동물이 자신이나 다른 동물의 배설물을 먹는 것)도 있었는데, 우엉 부부에게 입양된 후에는 바로 고쳐졌다.


뒤를 이어 천자봉이 왔다. 천자봉은 애견숍 구석에서 오래 있던 아이다.

새하얗고 비싼 품종의 강아지들 틈에 몸집 큰 갈색 얼룩무늬가 눈에 띄었지만 우엉 부부는 모른 척 지나갔다. 3개월이 지나도 데려가는 사람이 없자 부부는 우리가 아니면 데려갈 사람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천자봉을 입양하게 됐다.

이렇게 해서 해병, 마린보이, 천자봉의 트리오가 완성됐다.


해병 1179기인 선영 씨의 남편은 아이들에게 시련을 이겨내고 더 강해지라는 의미로 이런 이름을 붙여줬다. 천자봉은 해병 훈련병 때 마지막에 오르는 산 이름이다.


해병이는 여전히 병원을 오가지만 어느새 3살이 됐고, 이렇게 두 번째 가족사진도 찍게 됐다.

거창하고 요란하지 않지만 다섯 식구는 하루하루 소소한 행복에 감사하며 지낸다. 무엇보다 감사한 건 함께 있다는 사실.

그런 마음에서 였을까. 두 번째 가족사진 촬영의 결과물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물론 완벽한 사진이 나오기까지 시행착오도 많긴 했다.

카메라를 절대 쳐다보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한 컷 한 컷 찍을 때마다 간식 통을 흔들고 좋아하는 소리를 내야 했다.

"해병이는 수술로 인해 눈 한 쪽이 작은데 그 모습도 마치 윙크하는 것처럼 사랑스럽게 나왔다"고 자랑하는 선영 씨는 세 마리의 반려견에 대한 사랑이 넘쳤다.


"동물은 언제, 어떻게 아플지 모른다고 평생 돌볼 수 있는 자신이 있을 때 그 마음으로 품어달라"고 당부한 선영 씨는 "귀엽고 예뻐서가 전부가 아니라 그들도 생명이고, 생명을 책임지는 일에 따르는 중압감과 무서움도 꼭 알아달라"고 말했다.

비록 버려지고 선택받지 못하고 또 아프기도 하지만, 그래도 누구보다 멋지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우엉 부부. 우엉 부부와 세 마리 반려견의 촬영이 오래오래 이어질 수 있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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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기자 ksy616@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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