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연임'에 성큼 다가섰다.
지난달 20일 열린 대우조선 임시이사회에서 정 사장의 연임을 결의한데 이어 오는 29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별다른 이견이 없으면 그는 2021년까지 회사를 더 이끌게 된다. 좌초 위기에 놓였던 대우조선의 ‘회생 발판’을 마련한 공을 인정 받은 셈이다.
업계에서는 정 사장의 진짜 도전은 지금부터라고 평가한다. 지난 임기동안 회사 정상화의 기반을 구축했다면, 이제부터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주문이다.
◆정성립號, 3년 더 운항..."경영 연속성 확보"
업계에선 정 사장를 '구원투수'라고 칭한다. 사상 최대 위기 국면에 취임해 회사가 살아남을 길을 제시하고 이를 실행에 옮겼기 때문이다.
2015년 6월, 9년 만에 친정인 대우조선에 복귀한 그는 대규모 빅배스(과거의 부실요소를 한 회계연도에 일시 반영해 손실규모를 드러내는 것)를 단행하는 등 회사의 현실을 직시하고 경영정상화 기반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혹독한 자구안을 이행하는 과정에선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였다. 그는 작년 3월 이후 자신의 급여를 모두 반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말 기준 약 2조8000억원의 자구안을 이행해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6년만의 흑자전환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2012년부터 줄곧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 온 대우조선이 지난해 6458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한 것. 올 3월에는 증권거래소의 관리종목 지정도 해제됐다.
업계 관계자는 “정 사장이 아니었다면 대우조선은 이미 사라졌을지 모른다”며 “향후 산적한 과제를 풀어낼 최적임자라는 판단 아래 그의 연임이 결정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자구안 이행, 일감 확보 등 풀어야할 숙제 산적
새로운 임기를 맞이하는 그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지난해 '흑자전환' 성과가 온전히 대우조선의 노력만으로 달성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이 “이제 우리는 어둡고 힘들었던 시기를 이겨내고 터널의 끝에 서있다”면서도 “이 터널이 끝나도 마냥 편안한 꽃길이 펼쳐져 있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우조선은 아직 완전히 정상화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무엇보다 2016년 겪은 최악의 수주 가뭄이 적어도 올해까지는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과제도 만만치 않다. 지난 3년간 꾸준히 자구노력을 기울여왔지만 2020년 목표치 대비 이행률은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올해만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추가로 이행해야 한다.
수주에 있어서도 좀더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지난해 대우조선은 수주목표인 45억 달러 가운데 30억 달러 밖에 수주하지 못했다. 조선3사 중 수주목표를 채우지 못한 건 대우조선이 유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정 사장이 지난 임기동안 수주를 위해 동분서주 했지만 재정문제와 RG발급 지연 등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진 못했다”며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시황도 개선되는 만큼 기술적 우위에 있는 LNG선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수주역량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대마불사’라는 꼬리표를 하루빨리 떼어내고 신뢰 회복에도 나서야 한다.
정 사장은 “우리를 향한 외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며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과제들을 해결하야 우리에게 등을 돌렸던 국민들의 마음도 되돌릴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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