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 집행유예 선고로 풀려난 지 100일째를 맞는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검찰 수사와 규제 당국의 전방위 압박 등으로 국내 경영 보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가운데서도 글로벌 경영인으로서 해외 네트워크 회복에 주력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석방 이후 일주일여후 휴식 기간을 가진 뒤 주요 사업부 현안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꾸준하게 해나가겠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부회장은 '해외 출장'을 통해 신사업 발굴이나 해외 최고경영자(CEO)를 잇따라 만나면서 오너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그는 지난 3월22일 유럽으로 떠난 뒤 캐나다와 일본을 거치면서 인공지능(AI) 관련 현지 전문가 등을 만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성장동력 확보 및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미팅을 위해 출장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2일에는 김기남 대표이사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장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부문 최고경영진과 함께 중국 선전으로 향했다. 왕추안푸 BYD 회장을 비롯해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레이쥔 샤오미 회장, 션웨이 BBK CEO 등 전기차, 정보통신(IT), 이동통신 업체의 대표들과 차례로 만났다.
재계 관계자는 “석방 이후 이 부회장의 대외 행보가 본격화하면서 인수합병(M&A) 등 삼성전자의 경영시계도 다시 움직이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글로벌 경영인으로서의 입지를 넓히기 위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지난해 초 구속 이후 1년간 미뤘던 그룹 지배구조 개선과 사업재편 등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0일 국내 10대 그룹 전문경영인 간담회에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결정은 이재용 부회장이 내려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삼성SDI의 삼성물산 주식 매각에 이어 조만간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처분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해소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철저하게 법적 테두리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데, 정부는 현행법을 뛰어넘는 선제적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특히 삼성은 이 부회장의 상고심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지배구조 문제까지 이른 시간 내 해결하라는 압박으로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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